여성 킬러가 주인공인 액션 영화는 대부분 화려한 연출에 비해 이야기가 얕다는 평을 듣습니다. 제가 《킬링카인드: 킬러의 수제자》를 보기 전에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보고 나니, 액션의 완성도보다 무디와 안나라는 두 인물의 관계가 더 오래 머릿속에 남았습니다. 단순한 킬링타임용이라고 하기엔 뭔가 더 있고, 그렇다고 걸작이라고 하기엔 아쉬운 부분도 있는 영화였습니다.여성 킬러 영화는 액션이 약하다? 직접 확인해봤습니다일반적으로 여성 주인공 액션 영화는 실제 격투보다 총기와 도주 중심이라는 인식이 있습니다. 제가 직접 봐봤는데, 이 영화는 조금 달랐습니다. 매기 큐가 연기하는 안나는 근접 격투(CQC, Close Quarters Combat)를 주로 사용합니다. CQC란 좁은 공간에서 맨몸 또는 ..
솔직히 저는 이 영화를 그냥 쉽게 볼 수 있는 B급 공포 오락물 정도로 생각했습니다. 2021년 리부트작 《레지던트 이블: 라쿤시티》가 흥행과 평가 양쪽에서 처참하게 무너진 걸 직접 목격했기 때문에, 또 비슷하게 끝나겠거니 싶었거든요. 그런데 막상 보고 나니 예상과는 꽤 다른 지점에서 생각할 거리가 생겼습니다. 잘 만들었냐 아니냐를 떠나서, 이 영화는 게임 원작 영화가 어디까지 가능한지를 보여주는 흥미로운 실험에 가까웠습니다.게임성: 영화가 스테이지를 클리어하기 시작했을 때《레지던트 이블: 0번째 밤》은 평범한 퀵 배달원이 라쿤시티의 병원으로 백신 재료를 배달하러 갔다가 생존 사투를 벌이는 이야기입니다. 설정 자체는 단순합니다. 그런데 이 단순함이 오히려 영화 전체를 게임과 닮은 구조로 만들어버립니다.제..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가끔 이런 생각이 듭니다. '경력이 많다고 해서 꼭 일을 잘하는 건 아니고, 젊다고 해서 꼭 빠르게 적응하는 것도 아니구나.' 한국판 《인턴》을 보고 나서 그 생각이 더 선명해졌습니다. 원작 팬으로서 반신반의하며 극장에 들어갔는데, 나오면서는 생각보다 오래 마음에 남는 영화였다는 걸 인정하게 됐습니다.세대 공감: 기호와 선우가 서로를 신뢰하기까지제가 원작 《인턴》(2015)을 처음 봤을 때 가장 좋았던 건, 두 주인공이 멘토와 멘티라는 전형적인 구도를 벗어난다는 점이었습니다. 한국판도 그 구도를 그대로 가져왔는데, 최민식이 연기한 기호와 한소희가 연기한 선우의 관계가 생각보다 훨씬 입체적으로 그려졌습니다.기호는 37년 경력의 전직 지도 제작자입니다. 여기서 '지도 제작자'라는 직업 ..
조용한 주말 오후, 별 기대 없이 틀었다가 끝까지 손을 못 놓은 영화가 있습니다. 《모든 비밀스러운 것들(All the Little Things We Kill)》이 딱 그랬습니다. 아동 실종이라는 소재와 두 용의자의 엇갈리는 진술이 맞물리면서, 제가 직접 겪어보니 이건 범인 찾기가 아니라 심리전이었습니다.스토리 분석 — 두 진술이 계속 뒤집히는 구조영화는 7년 전 사건부터 시작합니다. 당시 11살이었던 로니와 앨리스는 생일 파티에서 쫓겨난 날, 집 앞 유모차에 놓인 갓난아기 올리비아를 발견합니다. 그리고 그 아기는 숨진 채로 발견되었고, 두 소녀는 소년원에 수감됩니다. 7년 후 18살이 된 채 출소한 두 사람. 그런데 출소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번엔 가구 매장에서 3살 여자아이 브리트니가 실종됩니다.담..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유오성과 장혁이 나란히 출연한다는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 묵직한 누아르를 기대했는데, 막상 보고 나니 기대와 실제 사이의 간극이 꽤 크게 느껴졌습니다. 리조트 사업권을 둘러싼 두 조직의 충돌이라는 소재 자체는 충분히 매력적이었지만, 영화가 그 소재를 온전히 소화했는지는 조금 다른 이야기입니다.두 캐릭터의 구조적 충돌, 그리고 아쉬움제가 직접 영화를 보면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길석과 민석이라는 두 인물의 대비 구조였습니다. 유오성이 연기한 길석은 강릉 토박이 조직의 수장으로, 나름의 위계질서와 의리를 중시하는 인물입니다. 반면 장혁이 연기한 민석은 서울에서 내려온 조선족 출신 사이코패스로, 목적을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습니다. 영화 초반에 군산 앞바다 배 위에서 발견된..
결혼식장에서 웨딩 밴드로 하루하루를 버티는 싱어송라이터가 있습니다. 한때 자기 음악을 하고 싶었지만 지금은 남의 히트곡만 부르는 사람. 영화 《싱 어게인》을 보면서 저는 계속 그 장면에 마음이 걸렸습니다. 음악에 대한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직접 겪어보니 결국 사람의 욕심과 인정에 관한 영화였습니다.줄거리 — 웨딩 밴드 싱어와 팝스타의 하룻밤 송캠프주인공 릭(폴 러드 분)은 아일랜드에서 '신부와 그루브'라는 웨딩 밴드를 운영합니다. 미국인이면서 아일랜드에 정착해 딸을 낳고, 생계를 위해 결혼식장을 전전하는 싱어송라이터죠. 영화 초반부터 그가 자신의 창작곡을 언젠간 세상에 내보내고 싶어 한다는 게 느껴졌습니다. 그 열망이 너무 사실적이어서,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보통 이런 캐릭터는 과장되게 그려..
잠깐 자리를 비웠을 뿐인데 세상이 완전히 바뀌어 있다면 어떤 기분일까요. 저는 《디 아일랜드 비트윈 타이즈》를 보면서 그 상상이 단순한 가정이 아니라 진짜 공포로 다가오는 순간을 경험했습니다. 외딴 섬에 들어갔다 돌아오니 25년이 흘러버렸다는 설정 하나가 이 영화의 전부이자 한계이기도 했습니다.시간 왜곡이 만들어낸 공포, 그 설정의 힘영화관에서 나오면서 지인과 이런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귀신보다 무서운 게 뭔 줄 알아? 시간이야." 그 말이 《디 아일랜드 비트윈 타이즈》를 보고 나서야 제대로 이해됐습니다.영화는 1982년, 캐나다 해안가에서 조개를 줍던 어린 소녀 릴리가 작은 섬으로 향했다가 이틀 만에 발견되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그런데 릴리는 자신이 실종됐다는 사실 자체를 인식하지 못합니다..
솔직히 저는 《하트 오브 스톤》을 보기 전까지 갤 가돗이 주연인 첩보 액션이면 그냥 볼 만하겠다는 생각만 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영화를 다 보고 나서, 설정 자체는 꽤 진지한데 그 설정을 제대로 써먹지 못했다는 느낌이 강하게 남았습니다. 전 세계 정보를 수집해 미래 상황까지 계산하는 AI '하트'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이야기인데, 그게 오히려 영화의 발목을 잡은 면이 있습니다.잠입작전: 신참 요원이라는 위장의 재미영화는 알프스 해발 3,000m에 위치한 카지노에서 시작합니다. MI6 요원들이 1급 무기상 멀베이니를 생포하기 위해 투입되고, 신참 기술 요원으로 위장한 스톤이 내부 보안 시스템 해킹을 시도합니다. 여기서 제가 직접 영화를 보면서 흥미롭게 느낀 부분은, 스톤이 일부러 어설프게 행동하면서 팀 내에..
사랑하는 가족을 한순간에 잃는다면, 과학이 그 사람을 다시 데려올 수 있다면 어떤 선택을 하겠느냐는 질문을 영화 《레플리카》가 던집니다. 처음에는 단순한 SF 오락 영화겠거니 싶었는데, 막상 보고 나니 인간복제라는 소재보다 한 남자의 절박함이 먼저 눈에 들어왔습니다. 줄거리와 제가 느낀 아쉬움을 함께 정리해봤습니다.인간복제 실험과 가족 되살리기 — 줄거리 핵심 정리영화 속 주인공 윌리엄은 신경과학자입니다. 그가 몰두하는 연구가 바로 신경 맵핑(Neural Mapping)인데, 이는 사람의 뇌 신경 구조와 기억·의식 전체를 디지털로 복사해 인공 뇌에 이식하는 기술을 말합니다. 쉽게 말해 한 사람의 '마음'을 복사해 다른 몸에 붙여 넣는 것입니다. 영화 초반, 군인을 대상으로 한 첫 번째 실험이 실패로 끝납..
솔직히 저는 이 영화를 고를 때 별 기대가 없었습니다. 갤 가돗이 뛰고 또 뛰는 영화라는 것 정도만 알고 틀었는데, 84분 내내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했습니다. 《더 러너》는 아들이 납치된 변호사가 정체불명의 목소리가 시키는 대로 런던 도심을 가로질러야 하는 리얼타임 스릴러입니다. 설정 자체의 강도는 상당한데, 과연 그 설정을 끝까지 살렸는지가 핵심입니다.납치 설정이 만들어내는 압박감, 실제로 느껴봤습니다영화는 처음부터 꽤 영리한 방식으로 시작합니다. 런던 최고의 변호사 마이야 마틴은 싱글맘으로 아들 노아를 키우면서도 커리어를 유지하는 인물입니다. 아침 조깅을 하는 장면만 봐도 이 사람이 얼마나 자기 관리가 철저한지가 느껴집니다. 그런데 아들한테서 온 줄 알았던 전화가 전혀 다른 남자의 목소리였고, 그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