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에 '드라큘라'가 붙어 있으면 보통 무서운 흡혈귀가 먼저 떠오르기 마련입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그런데 막상 보고 나니 이 영화, 공포보다 사랑에 훨씬 더 무게 중심이 쏠려 있었습니다. 400년을 기다린 남자의 이야기,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 반응이 꽤 갈릴 것 같습니다.비주얼은 확실히 눈을 잡아끌었습니다고딕(Gothic) 장르 특유의 어두운 조형미가 화면을 꽉 채우는 영화였습니다. 여기서 고딕이란 중세 유럽 건축과 문학에서 비롯된 미학적 흐름으로, 어둠·죽음·비극적 낭만을 시각적으로 극대화하는 양식을 말합니다. 《드라큘라: 러브 테일》은 이 고딕 미학을 상당히 충실하게 구현한 편이었고, 제가 직접 보면서 가장 만족스러웠던 부분도 바로 이 지점이었습니다.1480년 루마니아를 배경으로 한 초반부 성채..
솔직히 저는 《플레인》을 처음 접했을 때 제목만 보고 그냥 비행기 추락 재난영화라고 생각했습니다. 막상 보고 나니 재난영화와 정통 액션영화 사이 어딘가에 있는 작품이었고, 생각보다 긴장감이 강해서 꽤 집중해서 보게 됐습니다. 다만 보고 나서 "좋은 소재를 왜 이렇게 풀었지?"라는 아쉬움이 남은 것도 사실입니다.폭풍 속 불시착, 이 설정 하나로 얼마나 버티나영화는 처음부터 상당히 빠르게 치고 들어옵니다. 살인죄로 15년 형을 선고받은 전직 외인부대 출신 흉악범 가스파레가 FBI 요원의 고집으로 도쿄행 여객기에 탑승하고, 악천후 경보와 연료 부족 경고에도 불구하고 비행기는 이륙합니다. 베테랑 기장 브로디는 탑승을 반대했지만 결국 떠밀리듯 비행기를 출발시킵니다.폭풍 진입 이후 기체 요동, 전력 차단, 연료 부..
사랑하는 사람에게 사랑받고 싶다는 소원이 공포가 된다면 어떨까요. 저는 처음에 이 설정을 듣고 '그게 왜 무서워?'라는 생각부터 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옵세션》을 보고 나니 그 물음이 틀렸다는 걸 알았습니다. 이 영화는 귀신보다 훨씬 가까운 것을 건드립니다. 75만 달러(약 10억 원)의 저예산으로 만들어져 5억 달러(약 7천억 원) 이상을 벌어들인 현상 자체가, 이 이야기가 얼마나 보편적인 불안을 건드리는지를 증명하는 것 같았습니다.점프스케어 없이 어떻게 이렇게 무서운가 — 공포 연출공포영화에 익숙한 분들 중에는 "요즘 공포 영화는 다 점프스케어(jump scare) 아니냐"는 시각도 있습니다. 점프스케어란 갑작스러운 큰 소리나 이미지로 관객을 순간적으로 놀라게 하는 연출 기법을 말합니다. 실제로 많..
제작비 1억 달러 이상이 투입됐는데도 조용하게 개봉한 영화가 있습니다. 《도그스타: 마지막 희망》을 처음 접했을 때 솔직히 "왜 이렇게 상영관이 없지?"라는 의문이 먼저 들었습니다. 리들리 스콧 감독의 이름과 그 제작 규모가 좀처럼 어울리지 않는 조용한 출발이었습니다. 막상 영화를 보고 나니, 이 영화가 왜 극장에서 봐야 하는지를 뒤늦게 실감했습니다.포스트 아포칼립스인데 왜 이렇게 조용한가 — 장르적 기대와 현실의 간극포스트 아포칼립스(post-apocalypse)란 문명 붕괴 이후의 세계를 배경으로 하는 장르를 말합니다. 쉽게 말해 재난이 이미 끝난 상태에서 남겨진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이 설정이라고 하면 대부분 《나는 전설이다》나 《매드맥스》처럼 긴박하게 쫓기거나 싸우는 장면을 떠올리게 됩니다. 제..
《뒤틀린 집》은 입양 자녀를 둔 가족이 시골집으로 이사한 뒤, 엄마가 창고에서 발견한 가면을 쓰고 서서히 다른 사람으로 변해가는 한국 공포영화입니다. 제목을 처음 봤을 때부터 뭔가 비틀린 느낌이 있어서 골랐는데, 막상 보고 나니 '집이 무서운 게 아니라 사람이 무섭다'는 생각이 내내 머릿속에 맴돌았습니다.줄거리: 가면 하나가 가족 전체를 무너뜨린다영화는 시작부터 심상치 않습니다. 엄마가 맛있게 고기를 먹는 동안 딸은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그 모습을 바라보고, 엄마는 급기야 접시까지 깨물어 먹습니다. 이 첫 장면 하나로 '아, 이 영화 그냥 귀신 이야기가 아니구나'라는 걸 바로 눈치챘습니다.주인공 명예는 우울증(Depression)을 앓고 있는 엄마입니다. 여기서 우울증이란 단순히 기분이 처지는 상태가 아..
2021년 영화 《졸트》의 주인공 린디는 분노가 임계치를 넘으면 폭력적 충동이 폭주하는 신경학적 이상 반응을 억누르기 위해 100만 볼트짜리 전기 충격 조끼를 착용하고 살아갑니다. 그 설정 하나에 이끌려 영상을 틀었는데, 직접 겪어보니 설정의 완성도와 각본의 아쉬움이 생각보다 선명하게 나뉘는 작품이었습니다.전기 충격 조끼라는 설정, 처음엔 정말 신선했습니다린디의 상태는 의학적으로 간헐적 폭발 장애(IED, Intermittent Explosive Disorder)에 가깝게 묘사됩니다. 여기서 IED란 분노 자극에 비해 지나치게 과격한 공격적 반응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충동 조절 장애로, 단순히 성격이 나쁜 것과는 구분되는 신경생물학적 문제입니다. 영화는 이 설정을 꽤 진지하게 다루는 척합니다. 부모님의 ..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제목만 보고 단순한 공포물인 줄 알았는데, 막상 앉아서 보기 시작하니 분위기가 꽤 달랐습니다. 2026년 6월 24일 개봉한 영화 《눈동자》는 러닝타임 105분짜리 스릴러로, '눈'이라는 소재 하나로 상당히 독특한 질감을 만들어내는 작품입니다. 처음엔 그냥 흘려보내려다 어느 순간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는 저를 발견했습니다.분위기 하나로 끝까지 붙잡아두는 영화저도 처음엔 가볍게 볼 생각이었습니다. 스낵처럼 소비하고 끝내려고 틀었는데, 오프닝부터 심상치 않았습니다. 사진작가 서진이 암실에서 인화 작업을 하다 강한 라이트에 눈이 부시는 장면, 그리고 잔상처럼 보이던 실루엣이 실제 스토커 전 남자친구 현민이었다는 반전이 초반 몇 분 안에 쏟아집니다. 덕분에 영화 내내 화면..
노숙자가 주인공인 영화라고 해서 그냥 흘려보낼 뻔했습니다. 제목 《쉘터》만 보고는 재난 서바이벌 장르쯤으로 짐작했거든요. 그런데 직접 겪어보니, 이 영화는 생존보다 '사람이 얼마나 무너지고 또 얼마나 버티는가'를 묻는 작품에 가까웠습니다. 기대 없이 틀었다가 어느 순간 멈추지 못하고 끝까지 본 영화였습니다.노숙자 조이, 첫 장면부터 예사롭지 않았던 이유폭행당하는 여성을 구하려다 오히려 두들겨 맞는 장면으로 영화가 시작됩니다. 저는 그 첫 장면에서 '이 영화 보통이 아니겠구나' 싶었습니다. 주인공 조이는 길거리 노숙자인데, 자신도 위험한 상황에서 이사벨이라는 여성을 지키려다 양아치들에게 폭행을 당하고 맙니다.이후 조이는 맨션 주차장으로 도망치고, 우연히 집주인이 자리를 비운 빈집에 숨어들게 됩니다. 체크카..
속편이 전편보다 재미있었던 경우, 실제로 얼마나 될까요? 《오케이마담2》를 보고 나서 이 질문이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습니다. 2020년 1편이 비행기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기대 이상의 재미를 만들어냈다면, 이번 2편은 훨씬 넓은 크루즈 위에서 오히려 그 반대의 결과를 보여줬습니다. 가볍게 웃으면서 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극장에 들어갔는데, 영화가 끝나고 나서는 '아, 이 공간을 이렇게 쓰다니'라는 아쉬움이 더 크게 남았습니다.코미디 실패와 크루즈 공간 낭비 — 팩트로 짚어보기《오케이마담2》는 2026년 8월 12일 개봉한 한국 코믹 액션 영화입니다. 이철하 감독이 연출을 맡았고, 러닝타임은 약 108분입니다. 전직 요원 미영 역의 엄정화를 중심으로 박성웅, 이상윤, 배정남 등 전편 출연진이 다수 복귀..
솔직히 저는 《레디 오어 낫: 죽음의 숨바꼭질》을 고를 때 그냥 평범한 공포영화라고 생각했습니다. 제목에 '숨바꼭질'이 들어가길래 단순한 슬래셔물 정도겠거니 했거든요. 그런데 막상 보고 나니 이건 단순히 "무섭다, 안 무섭다"로 평가하기 애매한 영화였습니다. 장르가 뭔지도 헷갈릴 만큼 공포와 블랙코미디가 뒤섞인, 꽤 계산된 작품이었습니다.설정 분석: 숨바꼭질을 의식으로 만든 구조영화의 핵심 설정은 단순합니다. 재벌가 토마스 가문과 결혼한 그레이스는 신혼 첫날밤, 가족의 구성원이 되기 위한 신고식으로 카드를 한 장 뽑아야 합니다. 대부분의 카드는 무해한 게임이지만, 그레이스가 뽑은 것은 '더 실즈(The Silence)'였고, 이 순간부터 가족 전원이 무기를 들고 그녀를 사냥하기 시작합니다.제가 이 설정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