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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장에서 웨딩 밴드로 하루하루를 버티는 싱어송라이터가 있습니다. 한때 자기 음악을 하고 싶었지만 지금은 남의 히트곡만 부르는 사람. 영화 《싱 어게인》을 보면서 저는 계속 그 장면에 마음이 걸렸습니다. 음악에 대한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직접 겪어보니 결국 사람의 욕심과 인정에 관한 영화였습니다.
줄거리 — 웨딩 밴드 싱어와 팝스타의 하룻밤 송캠프
주인공 릭(폴 러드 분)은 아일랜드에서 '신부와 그루브'라는 웨딩 밴드를 운영합니다. 미국인이면서 아일랜드에 정착해 딸을 낳고, 생계를 위해 결혼식장을 전전하는 싱어송라이터죠. 영화 초반부터 그가 자신의 창작곡을 언젠간 세상에 내보내고 싶어 한다는 게 느껴졌습니다. 그 열망이 너무 사실적이어서,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보통 이런 캐릭터는 과장되게 그려지는 경우가 많은데, 폴 러드는 웃음기와 쓸쓸함을 동시에 담아냈습니다.
어느 결혼식에서 릭의 밴드가 공연 중일 때, 신랑의 친구라는 사람이 노래 한 곡을 부르고 싶다고 끼어듭니다. 릭은 자존심 때문에 처음엔 거절하지만, 상대가 보이그룹 출신의 현역 팝스타 데니(닉 조나스 분)라는 걸 알고 마지못해 허락합니다. 그런데 데니가 무대에 올라 릭이 준비하던 곡을 완벽하게 소화해버립니다. 그 장면이 꽤 인상적이었습니다. 스타가 무명 밴드의 레퍼토리를 단번에 장악하는 그 묘한 긴장감이 잘 살아있었거든요.
공연 후 두 사람은 밤새 함께 음악 작업을 합니다. 이른바 송캠프(Song Camp) — 작곡가들이 단기간 한자리에 모여 집중적으로 곡을 만드는 세션 — 처럼 진행된 그 하룻밤은 영화에서 가장 따뜻한 시간이었습니다. 제가 이 장면에서 가장 오래 머물렀는데, 서로 다른 위치에 있던 두 사람이 음악 하나를 통해 가까워지는 과정이 꽤 자연스럽게 흘렀습니다. 다음 날 데니는 고가의 기타와 회사 명함을 선물하며 LA에 오면 찾아오라고 합니다.
표절 갈등 — 내 곡이 남의 이름으로 빌보드 1위에
6개월 후, 릭은 쇼핑몰에서 스피커를 타고 흘러나오는 노래를 듣습니다. 그날 밤 함께 만든 곡, '곡을 쓰는 법'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노래는 데니의 이름으로 빌보드 차트 1위를 기록하며 메가히트를 치고 있었습니다. 저는 이 장면을 보면서 그냥 잠깐 멈칫했습니다. '저 정도면 진짜 크게 싸울 만한데'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거든요.
데니가 술에 취한 상태에서 함께 작업했고, '인정받고 싶다'는 욕구가 워낙 강했던 탓에 자신의 곡으로 합리화했다는 설정은 설득력이 있습니다. 아이돌 출신 가수가 진정한 아티스트로 인정받고 싶어 한다는 심리 — 이걸 뮤직 인더스트리(Music Industry) 안에서 작동하는 아이덴티티 불안으로 읽으면 꽤 현실적인 캐릭터입니다. 여기서 뮤직 인더스트리란 단순히 음반 시장을 넘어, 아티스트의 이미지와 브랜딩을 소속사와 미디어가 함께 관리하는 산업 생태계 전체를 의미합니다. 데니의 여자친구 마샤와 소속사 대표가 릭과의 연락을 차단하며 그를 보호하는 장면도 그 구조 안에서 자연스럽게 읽혔습니다.
릭은 분노하여 LA로 날아가 데니의 애프터파티에서 그를 만납니다. 돈이 아니라 저작권(Copyright) — 창작물에 대한 법적 권리이자 창작자의 이름이 작품에 기록되는 권리 — 을 인정해달라고 요구하며 몸싸움까지 벌입니다. 그리고 릭은 그 자리에서 '곡을 쓰는 법'의 진짜 사연을 밝힙니다. 사랑 노래가 아니라 딸에게 바친 노래라는 것, 딸이 태어났을 때 음악을 포기하고 도망칠까 생각했지만 결국 딸이 삶의 이유가 됐다는 내용이라는 것을. 제 경험상 이런 개인적인 사연이 담긴 곡은 그 사연을 아는 사람이 쓴 것인지 아닌지가 가사에서 드러나기 마련입니다. 데니가 절대 쓸 수 없는 가사라는 릭의 말이 그래서 더 설득력 있게 들렸습니다.
다만 제가 보면서 아쉬웠던 건 갈등의 강도였습니다. 저작권 침해는 민사소송까지 가는 심각한 사안인데, 영화는 이 문제를 몸싸움과 감정적인 폭로 선에서 마무리합니다. 관객 입장에서 '이 갈등이 어디까지 갈까'라는 긴장감이 끝까지 유지되지 못한 게 솔직히 아쉬웠습니다.
- 릭의 곡 '곡을 쓰는 법'은 딸에게 바친 개인적인 내용의 노래
- 데니는 인정 욕구로 인해 술에 취한 채 자신의 곡으로 합리화해 발표
- 릭이 요구한 건 돈이 아니라 저작권(크레딧) 인정
- 소속사 시스템이 데니를 보호하며 릭과의 연락을 차단
존 카니 감독 — 안전한 선택이 만든 익숙한 결말
영화의 원제는 《파워 블라드(Power Ballad)》였습니다. 파워 발라드란 1970~80년대 록 장르에서 강렬한 감정을 담아 폭발적으로 쏟아내는 발라드 형식을 가리킵니다. 그 원제를 알고 나면 이 영화가 처음에 어떤 방향을 의도했는지 짐작이 됩니다. 한국에서는 《비긴 어게인》의 성공 공식을 따라 《싱 어게인》으로 바꾼 것으로 보입니다. 존 카니 감독의 전작인 《원스》, 《싱 스트리트》, 《비긴 어게인》을 절묘하게 섞은 제목이기도 하고요.
제가 이 영화를 보고 나서 가장 먼저 떠올린 건 《비긴 어게인》이었습니다. 뼈대가 너무 비슷합니다. 음악 산업 주변부에 있던 인물이 우연한 만남으로 다시 음악에 불을 붙이고, 대중적 성공과 진정성 사이에서 갈등하다가 결국 자기만의 선택을 하는 구조. 《싱 어게인》도 정확히 그 경로를 밟습니다. 데니는 매디슨 스퀘어 가든 무대에서 앵콜곡으로 '곡을 쓰는 법'을 부르며 대중적 성공을 선택하고, 릭은 아일랜드로 돌아와 버스킹을 하며 영화가 끝납니다. 릭의 딸은 작업실에서 오래된 홈비디오를 통해 아버지가 피아노로 그 곡을 연주하는 영상을 발견합니다.
결말 자체가 나쁜 건 아닙니다. 다만 저는 보고 나서 '이 영화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감각'을 찾기가 어려웠습니다. OST의 흡입력, 인물 간의 케미스트리(Chemistry) — 두 인물이 주고받는 감정적 교류와 긴장감 — 그리고 갈등의 디테일, 이 세 가지가 《비긴 어게인》에 비해 전반적으로 한 단계씩 아래에 있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제 경험상 음악 영화에서 OST가 약하면 나머지 이야기가 아무리 탄탄해도 여운이 짧습니다. 그리고 《싱 어게인》은 OST까지 아쉬운 편이었습니다.
출처: Rotten Tomatoes의 평론가 반응을 보면, 존 카니 감독 특유의 음악에 대한 진심은 인정하면서도 서사적 신선함이 부족하다는 평이 중심을 이루고 있습니다. 출처: IMDb의 관객 평점 역시 감독의 전작들에 비해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제 판단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존 카니 감독은 자신이 잘하는 것을 잘했지만, 새로운 시도 없이 기존 방식을 그대로 반복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이 영화는 '좋은 재료를 충분히 활용하지 못한 요리'처럼 느껴졌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영화 싱 어게인 검색하면 예능이 나오는데 어떻게 찾나요?
A. 검색할 때 '영화 싱 어게인'으로 입력하시면 됩니다. '싱 어게인'만 검색하면 국내 오디션 예능 프로그램이 먼저 뜨기 때문에 '영화'를 앞에 붙여야 원하는 결과가 나옵니다. 원제가 《파워 블라드(Power Ballad)》이므로 영문으로 검색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Q. 싱 어게인이 비긴 어게인이랑 비슷한 영화인가요?
A. 같은 존 카니 감독 작품이고 뼈대가 상당히 유사합니다. 음악 주변부 인물이 우연한 만남을 계기로 다시 음악에 불을 붙이는 구조, 대중적 성공과 진정성 사이의 선택이라는 주제도 겹칩니다. 제가 보기엔 《싱 어게인》이 《비긴 어게인》의 마이너 버전에 가깝습니다. OST 흡입력과 인물 간 케미스트리 모두 한 단계 아래입니다.
Q. 릭은 왜 데니한테 돈 대신 저작권을 요구했나요?
A. '곡을 쓰는 법'이 릭에게는 단순한 수익 창출 수단이 아니라 딸에게 바친 개인적인 노래였기 때문입니다. 저작권(Copyright)이란 창작자의 이름이 작품에 공식적으로 기록되는 법적 권리인데, 릭 입장에서는 그 크레딧이 곧 자신이 그 곡을 썼다는 사실의 증명이었습니다. 돈보다 자신이 그 노래의 창작자임을 세상에 인정받고 싶었던 것입니다.
Q. 닉 조나스가 연기도 잘하나요?
A. 조나스 브라더스 출신으로 알려진 닉 조나스는 이 영화에서 성공한 팝스타가 품고 있는 불안감을 꽤 자연스럽게 소화합니다. 압도적인 연기력이라기보다는 캐릭터와 실제 본인의 경력이 비슷한 부분이 있어 설득력이 있습니다. 아이돌 꼬리표를 벗고 싶어 하는 캐릭터를 아이돌 출신이 연기한다는 점에서 묘한 현실감이 있었습니다.
결론
《싱 어게인》은 나쁜 영화가 아닙니다. 음악에 대한 진심, 배우들의 분위기, 따뜻한 결말 모두 충분히 볼 만합니다. 하지만 존 카니 감독의 전작을 기대하고 앉았다면, 보고 나서 '이건 좀 아쉽다'는 말이 먼저 나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제가 직접 보면서 느낀 건, 이 영화가 좋은 소재를 가장 안전한 방식으로만 풀었다는 것입니다.
저작권 침해라는 묵직한 주제, 인정 욕구에 눈이 먼 팝스타, 딸에게 바친 노래를 빼앗긴 아버지. 이 재료들이 더 날카롭게 충돌했더라면 훨씬 강한 영화가 됐을 겁니다. 별점은 다섯 개 만점에 두 개 정도가 적절하다고 봅니다. 《비긴 어게인》이나 《원스》를 아직 못 보셨다면 그쪽을 먼저 보시길 권합니다. 그걸 보고 나서 이 영화를 보면, 두 작품의 차이가 더 선명하게 느껴질 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