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에 '드라큘라'가 붙어 있으면 보통 무서운 흡혈귀가 먼저 떠오르기 마련입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그런데 막상 보고 나니 이 영화, 공포보다 사랑에 훨씬 더 무게 중심이 쏠려 있었습니다. 400년을 기다린 남자의 이야기,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 반응이 꽤 갈릴 것 같습니다.비주얼은 확실히 눈을 잡아끌었습니다고딕(Gothic) 장르 특유의 어두운 조형미가 화면을 꽉 채우는 영화였습니다. 여기서 고딕이란 중세 유럽 건축과 문학에서 비롯된 미학적 흐름으로, 어둠·죽음·비극적 낭만을 시각적으로 극대화하는 양식을 말합니다. 《드라큘라: 러브 테일》은 이 고딕 미학을 상당히 충실하게 구현한 편이었고, 제가 직접 보면서 가장 만족스러웠던 부분도 바로 이 지점이었습니다.1480년 루마니아를 배경으로 한 초반부 성채..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딥 워터》라는 제목만 보고 그냥 상어 영화겠거니 했는데, 막상 틀었더니 비행기가 태평양 한복판에 추락하는 장면부터 시작했습니다. 비행기 재난과 식인 상어를 한 작품에 묶은 설정 자체가 흔하지 않아서, 장르 팬이라면 한 번쯤 따져볼 만한 작품입니다. 2025년 9월 9일 개봉 예정인 이 영화, 기대치를 어디에 놓느냐에 따라 만족도가 크게 갈립니다.비행기 추락 시퀀스, 예상보다 훨씬 조였습니다제가 직접 봤을 때 초반 15분이 가장 밀도 높았습니다. 태평양 상공 1만 미터에서 기체 균열이 발생하고, 부기장이 표준운항절차(SOP)대로 대응하지만 결국 실패하는 과정이 꽤 사실적으로 그려집니다. 여기서 SOP란 항공기 이상 상황 발생 시 조종사가 따르도록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솔직히 저는 《플레인》을 처음 접했을 때 제목만 보고 그냥 비행기 추락 재난영화라고 생각했습니다. 막상 보고 나니 재난영화와 정통 액션영화 사이 어딘가에 있는 작품이었고, 생각보다 긴장감이 강해서 꽤 집중해서 보게 됐습니다. 다만 보고 나서 "좋은 소재를 왜 이렇게 풀었지?"라는 아쉬움이 남은 것도 사실입니다.폭풍 속 불시착, 이 설정 하나로 얼마나 버티나영화는 처음부터 상당히 빠르게 치고 들어옵니다. 살인죄로 15년 형을 선고받은 전직 외인부대 출신 흉악범 가스파레가 FBI 요원의 고집으로 도쿄행 여객기에 탑승하고, 악천후 경보와 연료 부족 경고에도 불구하고 비행기는 이륙합니다. 베테랑 기장 브로디는 탑승을 반대했지만 결국 떠밀리듯 비행기를 출발시킵니다.폭풍 진입 이후 기체 요동, 전력 차단, 연료 부..
톰 홀랜드가 13kg을 감량하며 준비한 영화 《체리》, 저는 솔직히 그 숫자를 보고도 반신반의했습니다. 스파이더맨 이미지가 너무 강하게 박혀 있어서, 과연 피폐한 주인공을 소화할 수 있을까 싶었거든요. 결론부터 말하면, 연기만큼은 예상을 완전히 뒤엎었습니다.톰 홀랜드의 연기 변신, 직접 보니 달랐습니다일반적으로 톰 홀랜드 하면 밝고 유쾌한 청년 이미지를 떠올리는 분들이 많은데, 제가 직접 《체리》를 처음 틀었을 때 처음 몇 분은 진짜로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렸습니다. 익숙한 표정이나 말투가 전혀 나오지 않았거든요. 처음엔 그게 낯설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몰입감이 올라왔습니다.이 영화는 루소 형제 감독과 톰 홀랜드가 함께 만든 애플 오리지널 작품으로, 니코 워커의 자전적 실화 소설을 원작으로 합니..
사랑하는 사람에게 사랑받고 싶다는 소원이 공포가 된다면 어떨까요. 저는 처음에 이 설정을 듣고 '그게 왜 무서워?'라는 생각부터 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옵세션》을 보고 나니 그 물음이 틀렸다는 걸 알았습니다. 이 영화는 귀신보다 훨씬 가까운 것을 건드립니다. 75만 달러(약 10억 원)의 저예산으로 만들어져 5억 달러(약 7천억 원) 이상을 벌어들인 현상 자체가, 이 이야기가 얼마나 보편적인 불안을 건드리는지를 증명하는 것 같았습니다.점프스케어 없이 어떻게 이렇게 무서운가 — 공포 연출공포영화에 익숙한 분들 중에는 "요즘 공포 영화는 다 점프스케어(jump scare) 아니냐"는 시각도 있습니다. 점프스케어란 갑작스러운 큰 소리나 이미지로 관객을 순간적으로 놀라게 하는 연출 기법을 말합니다. 실제로 많..
놀란 감독 신작이라는 말에 개봉 전부터 기대를 잔뜩 쌓아두고 극장에 갔습니다. 제작비 약 3,500억 원, 영화 역사상 최초로 전편을 아이맥스(IMAX) 필름 카메라로 촬영한 작품. 숫자만 봐도 범상치 않다는 건 알았는데, 막상 보고 나서는 기대와 실제 사이의 온도 차를 꽤 선명하게 느꼈습니다. 그 경험을 그대로 적어봤습니다.그리스 신화를 모르고 봤다면 꽤 당황했을 겁니다영화관에 들어가기 전, 일반적으로 놀란 감독 영화는 사전 정보 없이 봐도 충분히 따라갈 수 있다고들 합니다. 제 경험상 이번 《오디세이》는 조금 달랐습니다. 오디세우스, 페넬로페, 텔레마코스가 서로 다른 시공간에서 동시에 이야기를 이어가는 구조라, 호메로스의 서사시 《오디세이아》를 기반으로 한 배경 지식이 없으면 인물 관계가 한 박자 늦..
가족이라는 이름이 사람을 지킨다고 믿었던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비광》을 보고 나서는 그 믿음이 조금 흔들렸습니다. 이미 한 번 무너진 관계, 서로에게 깊은 상처를 남긴 사람들이 다시 한자리에 모일 때 과연 '가족'이라는 이름만으로 버틸 수 있을까요. 류승룡과 하지원이 이혼한 부부로 나온다는 것부터 범상치 않은 조합이었고, 제가 직접 극장에서 확인해보니 예상보다 훨씬 묵직한 영화였습니다.황준구라는 인물, 어디서부터 무너졌나영화 초반부터 저는 황준구라는 인물에 꽤 집중하게 됐습니다. 고교 시절 최대 유망주로 불렸던 야구 선수가, 이른바 '비광'이라는 별명을 달고 만년 꼴찌 팀 NC로 트레이드됩니다. 비광(飛光)이란 화투에서 가장 낮은 가치를 지닌 패를 뜻합니다. 쉽게 말해 쓸모없다고 여겨지는 존재라는 의..
1970년 일본 항공기 하이재킹 사건, 승객과 승무원 138명이 납치된 실제 역사적 사건이 드라마의 출발점입니다. 처음에는 한두 편만 가볍게 보려다가 시작한 건데, 생각보다 분위기가 묵직해서 솔직히 의외였습니다.실제 하이재킹 사건이 배경, 그 시대는 어땠나지금으로부터 55년 전, 공항 보안 검색 자체가 존재하지 않던 시절의 이야기입니다. 드라마 《메이드 인 코리아》는 1970년 요도호 납치 사건을 모티프로 삼고 있는데, 당시 일본 정부가 하이재킹(항공기 납치) 개념 자체에 대한 대응 매뉴얼이 전무했다는 사실이 충격적이었습니다. 여기서 하이재킹이란 비행 중인 항공기를 무력으로 탈취하거나 목적지를 강제로 변경하는 범죄 행위를 말합니다.드라마 초반부에서 사업가 마지다 켄지는 가방 전달 임무 중 납치 상황에 휘..
솔직히 저는 《안나》를 처음에 그냥 신분 세탁 소재 드라마쯤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보다 보니 유미라는 인물이 어떻게 거짓말에 중독되어가는지, 그 감정의 결을 따라가다 보면 단순한 욕망극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가난한 집 딸이 이름까지 바꾸고 교수 자리까지 오르는 이야기인데, 정작 제가 가장 많이 생각한 건 그 성공이 아니라 성공할수록 더 불안해지는 유미의 얼굴이었습니다.열등감이 거짓말의 씨앗이 되는 순간유미의 출발점을 보면, 단순히 '나쁜 사람'으로 규정하기가 어렵습니다. 작은 양복점을 운영하는 아버지, 청각장애를 가진 어머니, 그리고 억울한 일로 수능을 망친 경험. 이 조건들이 겹쳐지면서 유미는 자신이 아무리 노력해도 바꿀 수 없는 구조 안에 갇혔다고 느낍니다.심리학에서는 이런 상태를 학습된..
넷플릭스 드라마 《들쥐》는 자신의 이름과 지문, 주민등록번호까지 통째로 빼앗긴 사람의 이야기입니다. 처음 제목을 봤을 때는 평범한 범죄 스릴러겠거니 싶었는데, 1화를 다 보고 나서야 이 작품이 단순히 누군가를 쫓는 이야기가 아니라는 걸 알았습니다.줄거리와 정체성 도용의 구조《들쥐》의 중심에는 천재 작가 재문제가 있습니다. 어머니의 자살과 아버지의 의문사 이후 공황 장애를 얻게 된 그는 3년째 외부와 단절된 채 살아가고 있습니다. 일상적인 은행 업무나 병원 처방까지 모두 동창 손수연에게 맡겨둔 상태였는데, 그 수연이 재문제 명의의 집을 팔고 잠적해버립니다. 3년 만에 억지로 세상에 나선 재문제가 동창회에서 마주친 건, 자신 행세를 하며 멀쩡하게 살아가고 있는 다른 사람이었습니다.이 '가짜 재문제'는 단순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