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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저는 《에이바》를 처음 볼 때 그냥 여성 킬러 액션 영화라고만 생각했습니다. 제시카 차스테인이 총 들고 뛰어다니는 장면 가득한 그런 영화요. 그런데 막상 보고 나니, 제가 완전히 잘못 짚고 있었습니다. 이 영화가 액션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담으려 했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거든요. 좋은 방향으로 틀렸느냐고요, 그건 또 다른 이야기입니다.



킬러 설정 — 일반적인 믿음과 실제 사이

일반적으로 킬러 영화라고 하면 냉철하고 감정 없이 움직이는 주인공을 떠올리기 쉽습니다. 그런데 《에이바》의 에이바는 처음부터 그 공식을 비틀어 놓습니다. 그녀는 임무 수행 전 타겟과 반드시 대화를 나눕니다. 상대가 왜 그 자리에 있는지, 어떤 죄를 저질렀는지 직접 따져 묻는 방식이죠.

여기서 "타겟 심문(target interrogation)"이라는 개념이 등장합니다. 쉽게 말해 제거 대상을 죽이기 전에 심리적으로 압박하며 자백이나 자기 인식을 유도하는 행위입니다. 이건 실제 첩보 영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클리셰지만, 에이바의 경우 조직의 공식 프로토콜을 어기는 금지된 행동으로 설정되어 있습니다. 이 점이 흥미로웠습니다.

제가 직접 장면들을 보면서 느낀 건, 이 설정이 에이바를 단순한 암살자가 아니라 도덕적 판단을 멈추지 못하는 인물로 만들어 준다는 겁니다. 프로 킬러(professional assassin)라기보다 자기만의 기준을 고집하는 외톨이에 가까웠습니다. 일반적으로 이런 캐릭터 설정이 영화를 풍성하게 만든다고 알려져 있는데, 제 경험상 실제로 그 깊이를 완성하려면 스크립트가 충분히 뒷받침해 줘야 합니다. 그 부분이 이 영화에서는 조금 아쉬웠습니다.

에이바가 뛰어난 암살자임을 보여주는 장면들은 분명히 있습니다. 격투술과 사격술을 동시에 활용하는 장면, 파티 같은 고위급 사교 행사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침투 능력도 인상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임무 중에 지나치게 감정적으로 행동하는 순간이 반복되면서, "이 사람이 정말 일급 암살자가 맞나" 싶은 생각이 들 때도 있었습니다.

  • 에이바의 핵심 능력: 격투술, 사격술, 사회공학적 침투(social engineering)
  • 치명적 약점: 타겟에게 죄값을 묻는 감정적 심문 행위
  • 설정의 아이러니: 킬러로서의 냉철함과 인간으로서의 윤리 감각이 충돌
요약: 에이바의 킬러 설정은 독특하지만, 프로 암살자와 감정적 인간 사이의 균형을 끝까지 설득력 있게 유지하지는 못한다.

 

가족 드라마 — 예상보다 훨씬 큰 비중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액션 영화라고 생각하고 봤는데, 에이바가 동생 주디의 집에 머물며 가족과 부딪히는 장면이 꽤 긴 시간을 차지합니다. 오랜 시간 킬러로 살면서 가족을 방치했던 에이바가 다시 그 관계 속으로 들어가려는 장면들이었는데, 제가 보기엔 어색하면서도 현실적으로 느껴졌습니다.

특히 전 남자친구 마이클과의 재회 장면은 인상에 남았습니다. 다시 연결되고 싶은데 선뜻 다가가지 못하는 그 어색한 분위기, 오래된 감정의 잔해 같은 느낌이 꽤 잘 표현됐다고 생각합니다. 일반적으로 액션 스릴러 장르에서 가족 서브플롯(family subplot)은 주인공의 인간적인 면을 보완하는 장치로 활용됩니다. 여기서 서브플롯이란 메인 이야기 줄기 옆에 별도로 흐르는 보조 이야기 흐름을 말합니다. 문제는 이 영화에서 그 서브플롯이 서브가 아니라 메인 감정선처럼 느껴질 만큼 비중이 크다는 점이었습니다.

스승 듀크를 잃은 후 에이바가 8년간 끊었던 술에 다시 손을 댄다는 설정도 단순한 서사 장치가 아니라, 고립된 인간이 무너지는 방식을 보여주는 심리적 디테일로 읽혔습니다. 제 경험상 이런 장면들이 오히려 관객을 에이바에게 감정적으로 끌어당기는 역할을 합니다. 다만 그 감정선이 충분히 깊어지기 전에 액션으로 전환되는 경우가 반복돼서, 어느 쪽도 완전히 몰입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영화 전반에 걸쳐 가족과의 화해라는 테마는 분명하게 존재합니다. 그런데 제가 영화를 다 보고 난 뒤 더 기억에 남은 건 총격 장면이 아니라, 에이바가 가족을 안전한 곳으로 피신시키고 혼자 길을 떠나는 마지막 모습이었습니다. 그게 이 영화가 진짜 하고 싶었던 말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요약: 《에이바》의 가족 드라마 비중은 생각보다 크고, 영화가 남기는 여운의 대부분도 거기서 나온다.

 

복수극 — 카타르시스는 있지만 여운이 씁쓸하다

스승 듀크가 사이먼과 그의 딸 카밀에게 공격당해 물속에 던져지는 장면은 꽤 충격적이었습니다. 제가 직접 보면서 느낀 건, 단순한 조직 배신이 아니라 사이먼의 열등감이 오랜 시간 쌓여 결국 괴물이 된 이야기라는 점이었습니다. 사이먼이 듀크에게 전화로 에이바에게 직접 죽음을 알리는 장면은 잔인하면서도 심리적인 우위를 점하려는 그의 비틀린 성격을 잘 보여줬습니다.

에이바의 복수 과정은 전형적인 복수 서사(revenge narrative) 구조를 따릅니다. 복수 서사란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응보적 정의를 실현하는 이야기 구조로, 관객에게 카타르시스를 제공하는 장르 문법입니다. 《에이바》는 이 구조를 충실히 따라가면서 사이먼의 이마에 총알을 박는 장면으로 클라이맥스를 만들어냅니다. 그 장면 자체는 시원했습니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복수극은 복수를 마친 순간 해방감을 준다고 알려져 있는데, 제 경험상 이 영화는 좀 달랐습니다. 복수가 끝난 뒤 에이바에게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었고, 가족을 피신시킨 뒤 목적지 없이 길을 떠나는 그 결말이 씁쓸하게 남았습니다. 어쩌면 그게 킬러의 숙명을 가장 솔직하게 보여준 장면이었을 겁니다.

콜린 패럴과 존 말코비치라는 배우들이 출연했지만, 제 경험상 두 사람 모두 자신의 역량을 충분히 펼칠 만한 분량을 받지 못했습니다. 특히 존 말코비치가 연기한 듀크는 에이바의 감정적 중심이 되는 인물인데, 그가 사라진 뒤에도 영화가 그 상실감을 충분히 쌓아 올렸는지에 대해서는 솔직히 의문이 남습니다. 영화 평론 매체 출처: Rotten Tomatoes에서도 배우 활용도에 대한 아쉬움이 반복적으로 언급된 바 있습니다.

액션 연출 측면에서는 화려한 와이어 액션보다 현실적인 근접 격투(close-quarters combat) 위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근접 격투란 좁은 공간에서 신체 접촉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전투 방식을 말하며, 화려함보다 거칠고 날것의 느낌을 줍니다. 이 점은 제시카 차스테인의 연기와 잘 맞아떨어졌지만, 동시에 장르 팬들이 기대하는 강렬한 액션 시퀀스와는 거리가 있었습니다. 영화 산업 분석 매체인 출처: IMDb 기준 《에이바》의 평점도 이 애매한 포지셔닝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습니다.

요약: 복수극으로서의 카타르시스는 있지만, 그 이후 남는 공허함이 오히려 이 영화의 진짜 메시지처럼 느껴진다.

 

자주 묻는 질문

Q. 에이바 영화, 액션 영화로 봐도 괜찮나요?

A. 일반적으로 제시카 차스테인 주연에 킬러 소재라면 강렬한 액션을 기대하기 쉬운데, 제 경험상 이 영화는 액션보다 인물의 감정선에 훨씬 더 집중합니다. 근접 격투 장면은 있지만, 화려한 액션 시퀀스를 기대하고 보면 다소 밋밋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킬링타임용으로는 무난하지만, 액션 스릴러 전문 팬이라면 기대치를 조금 낮추는 편이 낫습니다.

 

Q. 존 말코비치, 콜린 패럴이 나오는데 비중이 어느 정도인가요?

A. 두 배우 모두 영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지만, 제가 보기에는 그 역량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한 인상이 강했습니다. 존 말코비치의 듀크는 에이바의 감정적 지주 역할이고, 콜린 패럴의 마이클은 가족 서브플롯의 축인데, 두 사람 모두 분량 면에서 아쉬움이 남습니다. 배우진만 보고 기대했다가 실망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습니다.

 

Q. 영화 에이바 결말이 어떻게 되나요?

A. 에이바는 조직의 보스 사이먼에게 완전한 복수를 마친 뒤, 가족을 안전한 곳으로 피신시킵니다. 그리고 자신은 혼자 목적지 없이 길을 떠나는 열린 결말로 마무리됩니다. 일반적으로 복수극은 해방감으로 끝난다고 알려져 있지만, 이 영화는 복수 이후의 공허함을 더 강조하는 방향으로 결말을 냈습니다.

 

Q. 에이바가 술을 다시 마시는 장면이 중요한가요?

A. 단순한 장면처럼 보이지만, 제 경험상 이 장면이 에이바라는 인물의 취약성을 보여주는 핵심 포인트입니다. 8년간 유지해 온 금주를 스승의 죽음 앞에서 무너뜨리는 장면은, 에이바가 얼마나 고립되고 감정적으로 무너진 상태인지를 압축적으로 드러냅니다. 이런 심리적 디테일이 이 영화를 단순 액션 이상으로 만들려는 의도를 보여줍니다.

 

결론

《에이바》는 나쁜 영화가 아닙니다. 다만 제가 보기에는 좋은 배우와 흥미로운 소재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액션과 가족 드라마 사이에서 끝까지 중심을 잡지 못한 작품입니다. 두 가지를 모두 담으려 했지만 어느 한쪽도 충분히 깊게 파고들지 못한 느낌, 그게 이 영화가 남기는 가장 큰 아쉬움입니다.

그럼에도 복수극으로서의 씁쓸한 여운, 킬러의 고독한 숙명을 담은 결말은 분명히 기억에 남습니다. 살벌한 액션보다 킬러의 내면을 따라가는 드라마에 관심이 있다면 한 번쯤 볼 만한 작품입니다. 비슷한 결의 영화로는 《아토믹 블론드》나 《콜래트럴 뷰티》 같은 작품과 함께 비교해서 보시면 각각의 장단점이 더 잘 보일 겁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enuBy6ES2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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