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킬러가 주인공인 액션 영화는 대부분 화려한 연출에 비해 이야기가 얕다는 평을 듣습니다. 제가 《킬링카인드: 킬러의 수제자》를 보기 전에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보고 나니, 액션의 완성도보다 무디와 안나라는 두 인물의 관계가 더 오래 머릿속에 남았습니다. 단순한 킬링타임용이라고 하기엔 뭔가 더 있고, 그렇다고 걸작이라고 하기엔 아쉬운 부분도 있는 영화였습니다.여성 킬러 영화는 액션이 약하다? 직접 확인해봤습니다일반적으로 여성 주인공 액션 영화는 실제 격투보다 총기와 도주 중심이라는 인식이 있습니다. 제가 직접 봐봤는데, 이 영화는 조금 달랐습니다. 매기 큐가 연기하는 안나는 근접 격투(CQC, Close Quarters Combat)를 주로 사용합니다. CQC란 좁은 공간에서 맨몸 또는 ..
솔직히 저는 《에이바》를 처음 볼 때 그냥 여성 킬러 액션 영화라고만 생각했습니다. 제시카 차스테인이 총 들고 뛰어다니는 장면 가득한 그런 영화요. 그런데 막상 보고 나니, 제가 완전히 잘못 짚고 있었습니다. 이 영화가 액션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담으려 했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거든요. 좋은 방향으로 틀렸느냐고요, 그건 또 다른 이야기입니다.킬러 설정 — 일반적인 믿음과 실제 사이일반적으로 킬러 영화라고 하면 냉철하고 감정 없이 움직이는 주인공을 떠올리기 쉽습니다. 그런데 《에이바》의 에이바는 처음부터 그 공식을 비틀어 놓습니다. 그녀는 임무 수행 전 타겟과 반드시 대화를 나눕니다. 상대가 왜 그 자리에 있는지, 어떤 죄를 저질렀는지 직접 따져 묻는 방식이죠.여기서 "타겟 심문(target interro..
솔직히 저는 《경주기행》을 보기 전까지 제목이 그냥 경주 여행 이야기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막내딸을 잃은 네 모녀가 살인범을 트렁크에 싣고 경주로 떠난다는 내용을 알고 나서야 "아, 이건 좀 다른 영화구나" 싶었습니다. 기대가 컸던 만큼 보고 나서 생각이 많아졌고, 결국 이 글을 쓰게 됐습니다.가족여행이라는 포장지 속에 담긴 것영화는 한국 영화 시나리오 공모전 3등 수상작이자 부산국제영화제 라이징 필름즈 어워즈 최종 선정작입니다. 여기서 '라이징 필름즈 어워즈'란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신인 감독의 차기작을 발굴·지원하는 프로그램으로, 선정만 돼도 업계에서 상당한 주목을 받습니다. 10억 원의 투자를 받은 여성 감독의 여성 서사 영화라는 점도 개봉 전부터 화제가 됐습니다.줄거리를 짧게 짚으면 이렇습니다. ..
2021년 영화 《졸트》의 주인공 린디는 분노가 임계치를 넘으면 폭력적 충동이 폭주하는 신경학적 이상 반응을 억누르기 위해 100만 볼트짜리 전기 충격 조끼를 착용하고 살아갑니다. 그 설정 하나에 이끌려 영상을 틀었는데, 직접 겪어보니 설정의 완성도와 각본의 아쉬움이 생각보다 선명하게 나뉘는 작품이었습니다.전기 충격 조끼라는 설정, 처음엔 정말 신선했습니다린디의 상태는 의학적으로 간헐적 폭발 장애(IED, Intermittent Explosive Disorder)에 가깝게 묘사됩니다. 여기서 IED란 분노 자극에 비해 지나치게 과격한 공격적 반응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충동 조절 장애로, 단순히 성격이 나쁜 것과는 구분되는 신경생물학적 문제입니다. 영화는 이 설정을 꽤 진지하게 다루는 척합니다. 부모님의 ..
솔직히 저는 《악의 도시》를 보기 전까지 이게 그냥 빠르게 소비되는 한국 범죄 액션 영화 중 하나라고만 생각했습니다. 제목도 자극적이고, 포스터도 어두웠거든요. 그런데 막상 보고 나니 생각보다 훨씬 많은 것들이 머릿속에 남았습니다. 단순한 선악 구도가 아니라, 사회가 외면한 폭력과 그 폭력이 어떻게 개인을 바꾸는지를 따라가는 영화였습니다.스토리 분석 — 이 영화는 단순한 복수극이 아니었습니다《악의 도시》는 북한 정찰총국장의 딸 김은혜가 서방파 보스 양선이를 찾아오면서 시작됩니다. 김은혜는 북한산 신종 보약 '핑크 블러드'를 도난당한 상황이고, 일주일 안에 물건을 찾아오지 못하면 죽이겠다는 경고로 판을 깝니다. 첫 장면부터 세력 구도가 단숨에 세워지는 방식이 인상적이었습니다.여기서 '핑크 블러드'는 단순한..
솔직히 저는 제목만 보고 황금을 둘러싼 서부 활극 정도로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보고 나니, 이건 19세기 말 스페인 카탈루냐를 배경으로 한 묵직한 탐욕의 연대기였습니다. 농장을 빼앗긴 여성이 원수의 집에 하녀로 들어가 복수를 도모하는 이야기인데, 통쾌함보다는 씁쓸함이 훨씬 오래 남았습니다.줄거리: 농장 하나가 무너뜨린 삶영화는 19세기 말, 스페인 카탈루냐의 외딴 마을 프라트벨에서 시작됩니다. 이 시기는 산업혁명(Industrial Revolution)이 농촌 사회를 급격히 재편하던 시기였습니다. 여기서 산업혁명이란 단순히 공장이 생겨나는 변화가 아니라, 기차가 마을에 들어오고 자본이 땅을 집어삼키기 시작하는 구조적 전환을 의미합니다. 영화 속에서도 마을에 기차가 놓이는 장면이 그 상징으로 등장하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