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비 1억 달러 이상이 투입됐는데도 조용하게 개봉한 영화가 있습니다. 《도그스타: 마지막 희망》을 처음 접했을 때 솔직히 "왜 이렇게 상영관이 없지?"라는 의문이 먼저 들었습니다. 리들리 스콧 감독의 이름과 그 제작 규모가 좀처럼 어울리지 않는 조용한 출발이었습니다. 막상 영화를 보고 나니, 이 영화가 왜 극장에서 봐야 하는지를 뒤늦게 실감했습니다.포스트 아포칼립스인데 왜 이렇게 조용한가 — 장르적 기대와 현실의 간극포스트 아포칼립스(post-apocalypse)란 문명 붕괴 이후의 세계를 배경으로 하는 장르를 말합니다. 쉽게 말해 재난이 이미 끝난 상태에서 남겨진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이 설정이라고 하면 대부분 《나는 전설이다》나 《매드맥스》처럼 긴박하게 쫓기거나 싸우는 장면을 떠올리게 됩니다. 제..
솔직히 저는 《경주기행》을 보기 전까지 제목이 그냥 경주 여행 이야기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막내딸을 잃은 네 모녀가 살인범을 트렁크에 싣고 경주로 떠난다는 내용을 알고 나서야 "아, 이건 좀 다른 영화구나" 싶었습니다. 기대가 컸던 만큼 보고 나서 생각이 많아졌고, 결국 이 글을 쓰게 됐습니다.가족여행이라는 포장지 속에 담긴 것영화는 한국 영화 시나리오 공모전 3등 수상작이자 부산국제영화제 라이징 필름즈 어워즈 최종 선정작입니다. 여기서 '라이징 필름즈 어워즈'란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신인 감독의 차기작을 발굴·지원하는 프로그램으로, 선정만 돼도 업계에서 상당한 주목을 받습니다. 10억 원의 투자를 받은 여성 감독의 여성 서사 영화라는 점도 개봉 전부터 화제가 됐습니다.줄거리를 짧게 짚으면 이렇습니다. ..
《뒤틀린 집》은 입양 자녀를 둔 가족이 시골집으로 이사한 뒤, 엄마가 창고에서 발견한 가면을 쓰고 서서히 다른 사람으로 변해가는 한국 공포영화입니다. 제목을 처음 봤을 때부터 뭔가 비틀린 느낌이 있어서 골랐는데, 막상 보고 나니 '집이 무서운 게 아니라 사람이 무섭다'는 생각이 내내 머릿속에 맴돌았습니다.줄거리: 가면 하나가 가족 전체를 무너뜨린다영화는 시작부터 심상치 않습니다. 엄마가 맛있게 고기를 먹는 동안 딸은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그 모습을 바라보고, 엄마는 급기야 접시까지 깨물어 먹습니다. 이 첫 장면 하나로 '아, 이 영화 그냥 귀신 이야기가 아니구나'라는 걸 바로 눈치챘습니다.주인공 명예는 우울증(Depression)을 앓고 있는 엄마입니다. 여기서 우울증이란 단순히 기분이 처지는 상태가 아..
솔직히 저는 《머니백》을 보기 전까지 이경영 배우가 코미디를 이렇게 잘할 줄 몰랐습니다. 전직 킬러 역할이라길래 으레 묵직한 분위기를 기대했는데, 첫 장면부터 예상을 완전히 빗나갔거든요. 돈가방 하나를 중심으로 킬러·형사·백수 청년이 얽히고설키는 코믹 액션 영화로, 가볍게 웃으며 볼 한국 영화를 찾는 분들께 꽤 적합한 선택지입니다.캐릭터들이 만들어내는 코믹 액션의 질감영화를 보면서 제가 가장 먼저 느낀 건 이 작품이 장르적으로 '앙상블 코미디(ensemble comedy)'에 가깝다는 점이었습니다. 앙상블 코미디란 주인공 한 명의 서사보다 여러 캐릭터가 동등한 비중으로 등장해 부딪히고 엮이면서 웃음을 만들어내는 구조를 말합니다. 처음에는 각자 다른 사연으로 움직이는 인물들이 어떻게 연결될지 궁금해서 계속..
2021년 영화 《졸트》의 주인공 린디는 분노가 임계치를 넘으면 폭력적 충동이 폭주하는 신경학적 이상 반응을 억누르기 위해 100만 볼트짜리 전기 충격 조끼를 착용하고 살아갑니다. 그 설정 하나에 이끌려 영상을 틀었는데, 직접 겪어보니 설정의 완성도와 각본의 아쉬움이 생각보다 선명하게 나뉘는 작품이었습니다.전기 충격 조끼라는 설정, 처음엔 정말 신선했습니다린디의 상태는 의학적으로 간헐적 폭발 장애(IED, Intermittent Explosive Disorder)에 가깝게 묘사됩니다. 여기서 IED란 분노 자극에 비해 지나치게 과격한 공격적 반응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충동 조절 장애로, 단순히 성격이 나쁜 것과는 구분되는 신경생물학적 문제입니다. 영화는 이 설정을 꽤 진지하게 다루는 척합니다. 부모님의 ..
솔직히 저는 《악의 도시》를 보기 전까지 이게 그냥 빠르게 소비되는 한국 범죄 액션 영화 중 하나라고만 생각했습니다. 제목도 자극적이고, 포스터도 어두웠거든요. 그런데 막상 보고 나니 생각보다 훨씬 많은 것들이 머릿속에 남았습니다. 단순한 선악 구도가 아니라, 사회가 외면한 폭력과 그 폭력이 어떻게 개인을 바꾸는지를 따라가는 영화였습니다.스토리 분석 — 이 영화는 단순한 복수극이 아니었습니다《악의 도시》는 북한 정찰총국장의 딸 김은혜가 서방파 보스 양선이를 찾아오면서 시작됩니다. 김은혜는 북한산 신종 보약 '핑크 블러드'를 도난당한 상황이고, 일주일 안에 물건을 찾아오지 못하면 죽이겠다는 경고로 판을 깝니다. 첫 장면부터 세력 구도가 단숨에 세워지는 방식이 인상적이었습니다.여기서 '핑크 블러드'는 단순한..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제목만 보고 단순한 공포물인 줄 알았는데, 막상 앉아서 보기 시작하니 분위기가 꽤 달랐습니다. 2026년 6월 24일 개봉한 영화 《눈동자》는 러닝타임 105분짜리 스릴러로, '눈'이라는 소재 하나로 상당히 독특한 질감을 만들어내는 작품입니다. 처음엔 그냥 흘려보내려다 어느 순간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는 저를 발견했습니다.분위기 하나로 끝까지 붙잡아두는 영화저도 처음엔 가볍게 볼 생각이었습니다. 스낵처럼 소비하고 끝내려고 틀었는데, 오프닝부터 심상치 않았습니다. 사진작가 서진이 암실에서 인화 작업을 하다 강한 라이트에 눈이 부시는 장면, 그리고 잔상처럼 보이던 실루엣이 실제 스토커 전 남자친구 현민이었다는 반전이 초반 몇 분 안에 쏟아집니다. 덕분에 영화 내내 화면..
노숙자가 주인공인 영화라고 해서 그냥 흘려보낼 뻔했습니다. 제목 《쉘터》만 보고는 재난 서바이벌 장르쯤으로 짐작했거든요. 그런데 직접 겪어보니, 이 영화는 생존보다 '사람이 얼마나 무너지고 또 얼마나 버티는가'를 묻는 작품에 가까웠습니다. 기대 없이 틀었다가 어느 순간 멈추지 못하고 끝까지 본 영화였습니다.노숙자 조이, 첫 장면부터 예사롭지 않았던 이유폭행당하는 여성을 구하려다 오히려 두들겨 맞는 장면으로 영화가 시작됩니다. 저는 그 첫 장면에서 '이 영화 보통이 아니겠구나' 싶었습니다. 주인공 조이는 길거리 노숙자인데, 자신도 위험한 상황에서 이사벨이라는 여성을 지키려다 양아치들에게 폭행을 당하고 맙니다.이후 조이는 맨션 주차장으로 도망치고, 우연히 집주인이 자리를 비운 빈집에 숨어들게 됩니다. 체크카..
속편이 전편보다 재미있었던 경우, 실제로 얼마나 될까요? 《오케이마담2》를 보고 나서 이 질문이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습니다. 2020년 1편이 비행기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기대 이상의 재미를 만들어냈다면, 이번 2편은 훨씬 넓은 크루즈 위에서 오히려 그 반대의 결과를 보여줬습니다. 가볍게 웃으면서 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극장에 들어갔는데, 영화가 끝나고 나서는 '아, 이 공간을 이렇게 쓰다니'라는 아쉬움이 더 크게 남았습니다.코미디 실패와 크루즈 공간 낭비 — 팩트로 짚어보기《오케이마담2》는 2026년 8월 12일 개봉한 한국 코믹 액션 영화입니다. 이철하 감독이 연출을 맡았고, 러닝타임은 약 108분입니다. 전직 요원 미영 역의 엄정화를 중심으로 박성웅, 이상윤, 배정남 등 전편 출연진이 다수 복귀..
솔직히 저는 《레디 오어 낫: 죽음의 숨바꼭질》을 고를 때 그냥 평범한 공포영화라고 생각했습니다. 제목에 '숨바꼭질'이 들어가길래 단순한 슬래셔물 정도겠거니 했거든요. 그런데 막상 보고 나니 이건 단순히 "무섭다, 안 무섭다"로 평가하기 애매한 영화였습니다. 장르가 뭔지도 헷갈릴 만큼 공포와 블랙코미디가 뒤섞인, 꽤 계산된 작품이었습니다.설정 분석: 숨바꼭질을 의식으로 만든 구조영화의 핵심 설정은 단순합니다. 재벌가 토마스 가문과 결혼한 그레이스는 신혼 첫날밤, 가족의 구성원이 되기 위한 신고식으로 카드를 한 장 뽑아야 합니다. 대부분의 카드는 무해한 게임이지만, 그레이스가 뽑은 것은 '더 실즈(The Silence)'였고, 이 순간부터 가족 전원이 무기를 들고 그녀를 사냥하기 시작합니다.제가 이 설정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