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저는 이 영화를 별 기대 없이 들어갔습니다. 제목도 그렇고 히어로물이라는 장르 자체가 요즘 워낙 넘쳐나다 보니, 그냥 시간 때우기 정도겠지 싶었거든요. 그런데 막상 보고 나니 마냥 흘려버리기엔 아쉬운 점이 너무 많았습니다. 좋은 의미로도, 나쁜 의미로도요. 《부활남: 더 레드》, 제가 직접 보고 느낀 것들을 솔직하게 정리했습니다. 구교환이 살린 캐릭터, 생각보다 잘 어울렸다처음 캐스팅 소식을 들었을 때 구교환이 히어로물 주인공이라는 게 좀 의아했습니다. 흔히 히어로 영화라고 하면 근육질에 카리스마 넘치는 배우를 떠올리기 마련인데, 구교환은 그런 이미지와는 거리가 있으니까요. 그런데 제가 틀렸습니다.주인공 석환은 이른바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가득 찬 취준생입니다. 여기서 취준생이란 단순히 직업이..
주말 오후에 별 기대 없이 틀었다가 생각보다 오래 앉아 있게 되는 영화가 있습니다. 《어브덕션》과 《인피니트》가 딱 그랬습니다. 둘 다 '자신이 누구인지 모른다'는 설정으로 시작하는데, 한 명은 납치된 아이였고, 다른 한 명은 전생의 기억을 가진 존재였습니다. 소재만 보면 꽤 탄탄한데, 과연 그 소재를 제대로 살렸는지가 관건이었습니다. 정체성 추격: 《어브덕션》이 잡은 것과 놓친 것온라인에서 자신의 어린 시절 사진을 발견하는 장면,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실종 아동 데이터베이스라는 실제 존재하는 시스템에서 자신의 얼굴을 찾는다는 설정이 꽤 현실적으로 느껴졌거든요. 실종 아동 데이터베이스(Missing Children Database)란, 미국 국립실종착취아동센터(NCMEC)가 운영하는 전국 단위..
솔직히 저는 이 영화를 고를 때 별 기대가 없었습니다. 갤 가돗이 뛰고 또 뛰는 영화라는 것 정도만 알고 틀었는데, 84분 내내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했습니다. 《더 러너》는 아들이 납치된 변호사가 정체불명의 목소리가 시키는 대로 런던 도심을 가로질러야 하는 리얼타임 스릴러입니다. 설정 자체의 강도는 상당한데, 과연 그 설정을 끝까지 살렸는지가 핵심입니다.납치 설정이 만들어내는 압박감, 실제로 느껴봤습니다영화는 처음부터 꽤 영리한 방식으로 시작합니다. 런던 최고의 변호사 마이야 마틴은 싱글맘으로 아들 노아를 키우면서도 커리어를 유지하는 인물입니다. 아침 조깅을 하는 장면만 봐도 이 사람이 얼마나 자기 관리가 철저한지가 느껴집니다. 그런데 아들한테서 온 줄 알았던 전화가 전혀 다른 남자의 목소리였고, 그 ..
솔직히 저는 《플레인》을 처음 접했을 때 제목만 보고 그냥 비행기 추락 재난영화라고 생각했습니다. 막상 보고 나니 재난영화와 정통 액션영화 사이 어딘가에 있는 작품이었고, 생각보다 긴장감이 강해서 꽤 집중해서 보게 됐습니다. 다만 보고 나서 "좋은 소재를 왜 이렇게 풀었지?"라는 아쉬움이 남은 것도 사실입니다.폭풍 속 불시착, 이 설정 하나로 얼마나 버티나영화는 처음부터 상당히 빠르게 치고 들어옵니다. 살인죄로 15년 형을 선고받은 전직 외인부대 출신 흉악범 가스파레가 FBI 요원의 고집으로 도쿄행 여객기에 탑승하고, 악천후 경보와 연료 부족 경고에도 불구하고 비행기는 이륙합니다. 베테랑 기장 브로디는 탑승을 반대했지만 결국 떠밀리듯 비행기를 출발시킵니다.폭풍 진입 이후 기체 요동, 전력 차단, 연료 부..
2021년 영화 《졸트》의 주인공 린디는 분노가 임계치를 넘으면 폭력적 충동이 폭주하는 신경학적 이상 반응을 억누르기 위해 100만 볼트짜리 전기 충격 조끼를 착용하고 살아갑니다. 그 설정 하나에 이끌려 영상을 틀었는데, 직접 겪어보니 설정의 완성도와 각본의 아쉬움이 생각보다 선명하게 나뉘는 작품이었습니다.전기 충격 조끼라는 설정, 처음엔 정말 신선했습니다린디의 상태는 의학적으로 간헐적 폭발 장애(IED, Intermittent Explosive Disorder)에 가깝게 묘사됩니다. 여기서 IED란 분노 자극에 비해 지나치게 과격한 공격적 반응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충동 조절 장애로, 단순히 성격이 나쁜 것과는 구분되는 신경생물학적 문제입니다. 영화는 이 설정을 꽤 진지하게 다루는 척합니다. 부모님의 ..
제이슨 스타뎀 영화라면 무조건 손이 간다는 게 제 고질병입니다. 《블리츠(Blitz)》(2011)도 그렇게 시작했습니다. 경찰만 노리는 연쇄 살인마와 거친 형사의 맞대결이라는 소재에 기대감이 컸는데, 막상 다 보고 나서는 복잡한 감정이 남았습니다. 무엇이 좋았고, 어디서 아쉬움이 생겼는지 솔직하게 털어놓겠습니다.브랜트라는 캐릭터, 매력인가 클리셰인가솔직히 처음에는 예상 밖이었습니다. 스타뎀이 맡은 형사 톰 브랜트는 영화 시작 몇 분 만에 촉법소년(만 10세 이상 14세 미만으로 형사처벌 대신 보호처분을 받는 연령대를 가리키는 법률 용어)들에게 거침없이 주먹을 날립니다. 여기서 촉법소년이란 나이가 어려 형사 책임을 지지 않는 청소년을 뜻하는데, 브랜트는 그 법적 보호막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습니다.이 장면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