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제이슨 스타뎀 영화라면 무조건 손이 간다는 게 제 고질병입니다. 《블리츠(Blitz)》(2011)도 그렇게 시작했습니다. 경찰만 노리는 연쇄 살인마와 거친 형사의 맞대결이라는 소재에 기대감이 컸는데, 막상 다 보고 나서는 복잡한 감정이 남았습니다. 무엇이 좋았고, 어디서 아쉬움이 생겼는지 솔직하게 털어놓겠습니다.



브랜트라는 캐릭터, 매력인가 클리셰인가

솔직히 처음에는 예상 밖이었습니다. 스타뎀이 맡은 형사 톰 브랜트는 영화 시작 몇 분 만에 촉법소년(만 10세 이상 14세 미만으로 형사처벌 대신 보호처분을 받는 연령대를 가리키는 법률 용어)들에게 거침없이 주먹을 날립니다. 여기서 촉법소년이란 나이가 어려 형사 책임을 지지 않는 청소년을 뜻하는데, 브랜트는 그 법적 보호막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이 장면 하나로 브랜트의 성격이 전부 설명됩니다. 법보다 자신의 방식을 앞세우는 마초 형사. 과잉 진압으로 징계 위기에 몰리고, 언론조차 범죄자 편을 드는 상황에서도 눈 하나 깜짝 않는 인물입니다. 제가 이 캐릭터를 보면서 느낀 건 "스타뎀이 이 역할을 즐기고 있구나"라는 감각이었습니다. 기술적으로는 잘 소화하지만, 캐릭터 자체가 장르 공식(genre convention, 특정 장르가 반복 재생산하는 인물·사건 구조의 틀)을 그대로 따라가고 있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블리츠》의 원작은 동명의 추리소설로, 영국 작가 켄 브루엔(Ken Bruen)의 작품입니다. 원작 소설은 아일랜드 범죄소설계에서 상당한 평가를 받은 작품입니다(출처: IMDb - Blitz(2011)). 그러나 영화는 원작의 날카로운 심리묘사를 충분히 살리지 못한 채, 브랜트를 시원시원한 액션 캐릭터로 소비하는 방향을 택했습니다. 이 선택이 약이 됐는지 독이 됐는지는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를 것 같습니다.

요약: 브랜트는 강렬한 첫인상을 주지만, 장르 공식을 벗어나지 못한 마초 형사 클리셰에 머문다.

 

연쇄살인마 블리츠, 무엇이 무서웠나

영화의 진짜 긴장감은 블리츠(Barry Weiss)라는 인물에서 나옵니다. 경찰만 골라 죽이는 이 살인마는 현장에 물리적 증거를 거의 남기지 않습니다. 포렌식(forensic, 범죄 수사에 과학적 분석 기법을 적용하는 수사 방식으로 지문·DNA·CCTV 분석 등이 포함됨) 흔적을 철저히 지우며 움직이기 때문에, 수사팀은 사건 초반에 완전히 미궁 속에 갇힙니다.

제가 이 영화에서 가장 불안하게 봤던 장면은 블리츠가 CCTV를 미리 파손하고 베테랑 형사 로버트를 뒤쫓는 시퀀스였습니다. 치밀하게 접근하는 블리츠 앞에서 경험 많은 로버트조차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모습은 꽤 충격적이었습니다. 단순히 힘이 센 악당이 아니라, 계획적으로 움직이는 지능범이라는 점이 불편한 긴장감을 만들어냈습니다.

반전도 있습니다. 블리츠가 경찰을 증오하게 된 계기가 다름 아닌 브랜트의 과잉 진압이었다는 것입니다. 이 설정은 가해자와 피해자의 경계를 흐트러뜨리며 이야기에 윤리적 무게를 얹으려는 시도로 읽힙니다. 살해된 경찰들의 공통점이 모두 블리츠를 체포한 전력이 있다는 사실도 이 맥락에서 설득력을 가집니다.

다만 블리츠라는 인물이 가진 심리적 깊이가 충분히 탐구되지 않는다는 점이 아쉬웠습니다. 원한의 씨앗은 심어놨지만, 그 씨앗이 어떻게 이 정도의 광기로 자랐는지는 설명이 부족합니다. 제 경험상 이런 유형의 빌런(villain)은 배경을 얼마나 설득력 있게 그리느냐에 따라 영화 전체의 무게가 달라지는데, 《블리츠》는 그 부분에서 다소 서두른 느낌을 받았습니다.

요약: 블리츠는 치밀한 지능범으로 긴장감을 만들지만, 심리적 배경의 부족한 묘사가 아쉬움을 남긴다.

 

서사의 문제점: 산만한 구조와 허탈한 결말

영화를 보면서 가장 자주 든 생각이 있었습니다. "지금 왜 이 장면이 나오는 거지?" 메인 스토리인 연쇄 살인 수사 외에도, 등장인물 각자의 개인사와 서브 플롯(sub-plot, 주요 이야기 흐름과 별개로 진행되는 부수적인 이야기 줄기)이 계속해서 끼어듭니다. 이야기의 집중력이 분산되면서, 정작 핵심이어야 할 수사 장면의 서스펜스(suspense, 결말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관객이 느끼는 심리적 긴장 상태)가 희석됩니다.

제가 특히 당혹스러웠던 건 결말 처리 방식이었습니다. 증거 불충분으로 석방된 블리츠를 브랜트가 법 바깥의 방식으로 처리하고 사건을 덮어버리는 구조입니다. 사적 제재(vigilante justice, 공식 법 집행 기관을 거치지 않고 개인이 직접 처벌을 가하는 행위)로 이야기를 닫는 셈입니다. 장르적 카타르시스를 노린 선택이겠지만, 수사 스릴러로서의 논리적 마무리를 포기한 것이기도 합니다.

영화 전문 리뷰 집계 사이트인 로튼 토마토(Rotten Tomatoes)에서 《블리츠》의 평론가 점수는 40%대 초반에 머물렀습니다(출처: Rotten Tomatoes - Blitz(2011)). 이 수치는 영화의 소재와 캐스팅 대비 완성도에 대한 아쉬움을 숫자로 보여주는 것 같아 개인적으로는 수긍이 갔습니다.

《블리츠》의 서사적 약점 정리

  • 메인 수사보다 서브 플롯에 과도한 시간 할당으로 집중력 분산
  • 블리츠의 심리적 동기가 충분히 탐구되지 않아 빌런의 입체감 부족
  • 사적 제재로 마무리되는 결말이 스릴러 장르의 서사 논리를 약화
  • 스타뎀 팬이 기대하는 화끈한 액션 시퀀스가 전체적으로 적은 편
요약: 산만한 서브 플롯과 사적 제재로 마무리되는 결말이 스릴러로서의 완성도를 크게 떨어뜨린다.

 

그럼에도 한 번쯤 볼 만한 이유

단점을 길게 늘어놨지만, 제가 이 영화를 끝까지 본 건 분명히 이유가 있었습니다. 스타뎀의 존재감은 여전히 강력합니다. 화려한 격투기 액션보다는 묵직하고 투박한 분위기로 일관하는데, 그 무게감이 영화의 어두운 톤과 의외로 잘 어울렸습니다.

영국식 범죄 스릴러 특유의 건조하고 냉소적인 분위기도 제 취향에는 맞았습니다. 할리우드 대형 액션 영화처럼 화려하게 포장하지 않고, 거칠고 날 것에 가까운 질감을 유지합니다. 이런 스타일이 낯설지 않다면, 기대치를 조금만 조정하고 보면 나름의 재미가 있습니다.

물론 이 영화를 선택하기 전에 한 가지는 분명히 확인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분노의 질주》나 《트랜스포터》 시리즈처럼 연속적인 액션을 기대한다면 분명 아쉬울 것입니다. 제 경험상 이 영화는 어둡고 거친 분위기의 범죄 드라마에 가깝습니다. 그 프레임으로 접근하면 브랜트와 블리츠의 대결 구도, 그리고 그 사이에 놓인 경찰 조직의 민낯이 꽤 흥미롭게 읽힙니다.

스타뎀이라는 배우가 어떤 장르에서도 자기 색을 잃지 않는다는 걸 다시 한번 확인한 영화이기도 했습니다. 제가 이 배우를 계속 찾게 되는 이유가 거기에 있는 것 같습니다.

요약: 기대치를 조정하고 영국식 범죄 드라마로 접근하면, 스타뎀의 묵직한 존재감과 어두운 분위기가 충분히 볼 만한 가치를 만들어낸다.

 

자주 묻는 질문

Q. 블리츠(2011)는 액션 영화인가요, 스릴러 영화인가요?

A. 장르 분류로는 범죄 스릴러에 가깝습니다. 제이슨 스타뎀 출연작이라 액션을 기대하고 보면 조금 아쉬울 수 있습니다. 화려한 격투 장면보다는 경찰 연쇄 살인마를 추적하는 수사 과정과 어두운 분위기가 영화의 중심입니다.

 

Q. 블리츠는 원작 소설이 있나요?

A. 네, 아일랜드 작가 켄 브루엔(Ken Bruen)의 동명 추리소설을 원작으로 합니다. 소설은 영국 범죄소설계에서 꽤 좋은 평가를 받은 작품입니다. 영화는 원작의 심리묘사를 충분히 살리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Q. 블리츠에서 살인마가 경찰만 노리는 이유가 뭔가요?

A. 영화에서 블리츠는 과거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인해 경찰 전체에 깊은 원한을 품게 됩니다. 특히 브랜트를 포함해 자신을 체포했던 경찰들을 표적으로 삼습니다. 가해자와 피해자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지점이라 이야기에 윤리적 무게를 더합니다.

 

Q. 블리츠(2011) 평점이 낮은 편인가요?

A. 로튼 토마토 기준 평론가 점수는 40%대 초반으로 그리 높지 않습니다. 소재와 캐스팅 대비 서사의 완성도가 아쉽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다만 스타뎀 팬이나 영국식 범죄물을 좋아하는 분들 사이에서는 B급 매력으로 호평받기도 합니다.

 

결론

《블리츠》는 매력적인 소재와 스타뎀이라는 강력한 카드를 쥐고 있었지만, 산만한 서브 플롯과 사적 제재로 마무리되는 결말이 발목을 잡았습니다. 제가 다 보고 나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이 "재료는 좋은데 요리가 아쉽다"였습니다. 스릴러로서의 서스펜스도, 액션 영화로서의 카타르시스도 어중간하게 남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영국식 범죄 드라마 특유의 거칠고 냉소적인 질감을 좋아한다면 한 번쯤 볼 만합니다. 스타뎀의 다른 작품을 먼저 보셨다면, 이 영화는 그의 필모그래피 중 조금 다른 색을 가진 작품으로 접근하시길 권합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CPaYbElsdl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