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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시카 차스테인, 루피타 뇽오, 다이앤 크루거, 페넬로페 크루즈, 판빙빙. 이 다섯 이름을 한 포스터에 모아놓은 영화가 2022년에 나왔습니다. 처음 캐스팅 소식을 접했을 때 저도 솔직히 기대가 컸습니다. 그런데 막상 보고 나니, 화려한 배우진이 오히려 더 크게 아쉬움을 부각시키는 역설적인 경험을 했습니다.



화려한 캐스팅, 그런데 왜 기억에 안 남을까

영화 <355>는 서로 다른 나라의 여성 정보요원들이 한 팀을 이루어 글로벌 무기 거래를 막는 내용입니다. 미국 CIA 요원 메이스(제시카 차스테인)가 파리에서 독일 BND 요원과 충돌하고, 콜롬비아 DNI 요원, 영국 MI6 요원, 중국 MSS 요원이 차례로 합류하는 구조입니다. 여기서 DNI란 국가정보원에 해당하는 콜롬비아 정보기관이고, MSS는 중국 국가안전부를 가리킵니다. 쉽게 말해 세계 각국의 첩보 조직을 한 자리에 모아놓은 설정입니다.

제가 직접 봤을 때 가장 먼저 느낀 건, 각 캐릭터가 자국 정보기관의 색깔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다는 점이었습니다. 파리, 모로코, 상하이를 넘나드는 로케이션과 총격전은 분명 눈을 즐겁게 해줍니다. 적대적이던 요원들이 조금씩 협력하면서 팀을 만들어가는 과정도 꽤 볼 만했습니다. 문제는 그 이후부터입니다.

이른바 맥거핀(MacGuffin) 장치가 이 영화의 핵심 문제입니다. 맥거핀이란 이야기를 움직이는 소품이나 목표물로, 그 자체의 내용보다는 캐릭터들을 행동하게 만드는 역할을 합니다. <355>의 맥거핀은 '세계 어느 인프라든 파괴할 수 있는 드라이브'인데, 이 설정이 너무 추상적인 데다 주인공들이 이를 되찾는 과정도 지나치게 단순하게 풀립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좋은 첩보 영화일수록 무기나 정보 자체보다 그것을 둘러싼 인간의 욕망과 갈등이 더 치밀하게 그려지는데, <355>는 그 부분을 거의 건드리지 않습니다.

  • CIA, BND, DNI, MI6, MSS 등 5개국 정보기관 요원이 등장하지만 각 기관의 개성이 캐릭터에 거의 반영되지 않음
  • 파리·모로코·상하이를 오가는 로케이션은 볼거리를 제공하지만, 장소가 바뀌어도 서사의 긴장감은 크게 달라지지 않음
  • 예측 가능한 배신 구도와 반전이 반복되어 극의 몰입을 떨어뜨림
  • 킬링타임 액션 영화로는 무난하지만, 깊이 있는 첩보물을 기대하면 실망할 가능성이 높음

실제로 출처: Rotten Tomatoes에 따르면 <355>의 신선도 지수는 개봉 당시 30%대에 머물렀습니다. 비평가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한 것도 "뛰어난 배우진에 비해 시나리오가 너무 평범하다"는 점이었습니다.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이 배우들이라면 훨씬 더 복잡하고 입체적인 캐릭터를 소화할 수 있는데, 그 가능성을 시나리오가 스스로 닫아버린 느낌입니다.

요약: 5개국 정보기관 요원을 한 팀으로 묶은 설정은 신선하지만, 맥거핀 중심의 단순한 서사와 예측 가능한 배신 구도가 화려한 캐스팅의 잠재력을 충분히 살리지 못했습니다.

 

스파이 액션의 클리셰, 얼마나 심했나

첩보 액션 영화를 평가할 때 저는 주로 두 가지를 봅니다. 하나는 지략과 서스펜스가 얼마나 치밀하게 설계되어 있는가이고, 다른 하나는 액션 연출이 캐릭터의 개성을 얼마나 잘 살리는가입니다. <355>는 솔직히 이 두 가지 모두에서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먼저 서스펜스(suspense) 측면을 보겠습니다. 서스펜스란 관객이 결과를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느끼는 긴장과 불안감으로, 첩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감정적 엔진입니다. 그런데 <355>는 비밀 경매, 닉의 정체 반전, 이중 스파이 구도 등 클리셰(cliché)를 거의 그대로 따릅니다. 여기서 클리셰란 지나치게 반복되어 신선함을 잃어버린 표현이나 설정을 가리킵니다. 제가 이 장면들을 보면서 "아, 저렇게 되겠구나"라고 미리 예측한 반전이 세 개 이상이었습니다. 이건 흔치 않은 경험입니다.

액션 연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핸드헬드(handheld) 카메라 기법, 즉 카메라를 손으로 들고 흔들며 촬영하는 방식이 과도하게 쓰였습니다. 이 기법은 현장감과 긴박감을 높이는 데 효과적이지만, 지나치면 오히려 시야를 방해하고 눈을 피로하게 만듭니다. <355>에서는 특히 근접 전투 장면에서 컷이 너무 잦게 분할되어 다섯 요원 각각의 전투 스타일이 어떻게 다른지 거의 파악하기 어려웠습니다. 제 경험상 이건 꽤 치명적인 단점입니다. 캐릭터가 다섯 명인데 액션에서 누가 싸우는지 구분이 안 된다면, 그 캐릭터들을 따로 만들 이유가 없으니까요.

그나마 평가할 점은 배우들 사이의 케미스트리입니다. 처음에 서로를 적으로 대했던 다섯 명이 조금씩 신뢰를 쌓아가는 과정은 제법 자연스럽게 표현되었습니다. 특히 페넬로페 크루즈가 연기한 콜롬비아 심리학자 캐릭터는 비전투요원으로서의 두려움과 용기를 동시에 보여줘서 인상적이었습니다. 다만 이 케미스트리가 빛을 발하려면 캐릭터 간의 관계가 더 오래, 더 깊이 쌓여야 하는데, 러닝타임 안에서 그걸 다 담기엔 역부족이었습니다.

출처: IMDb에 따르면 <355>의 러닝타임은 122분입니다. 다섯 캐릭터의 배경을 각각 소개하고 팀을 구성하면서 동시에 글로벌 음모를 해결하기엔 솔직히 빠듯한 분량입니다. 그 결과 캐릭터 개개인의 깊이보다 사건의 나열에 더 많은 시간이 할애됐고, 결말에서의 희생과 감정도 충분히 무게를 갖지 못했습니다.

요약: 핸드헬드 카메라 남용과 예측 가능한 클리셰로 첩보 영화의 핵심인 서스펜스가 쉽게 휘발되었고, 122분의 러닝타임은 다섯 캐릭터를 충분히 살리기에 부족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영화 355 실제로 볼 만한가요, 아니면 시간 낭비인가요?

A. 깊이 있는 첩보 스릴러를 기대한다면 실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반면 파리·모로코·상하이를 배경으로 한 시원한 총격전과 화려한 배우들을 보는 재미를 원한다면 킬링타임용으로는 무난합니다. 저는 5점 만점에 3점을 주었습니다.

 

Q. 355 제목의 뜻이 뭔가요?

A. 355는 미국 독립전쟁 시기 조지 워싱턴의 스파이 네트워크에서 활동했던 여성 정보원의 코드명에서 유래했습니다. 영화 속 여성 요원들의 활약을 상징하는 제목으로, 제시카 차스테인이 기획 단계부터 이 코드명을 영화의 정체성으로 삼았습니다.

 

Q. 판빙빙이 실제로 출연하나요? 분량은 얼마나 되나요?

A. 판빙빙은 중국 MSS 요원으로 실제 출연합니다. 다만 다섯 캐릭터 중 합류 시점이 가장 늦고 스크린타임도 상대적으로 적은 편입니다. 캐릭터의 배경이나 내면이 충분히 그려지지 않아 아쉬웠습니다.

 

Q. 비슷한 여성 첩보 액션 영화 뭐가 더 재밌나요?

A. 캐릭터 깊이와 액션을 동시에 원한다면 <아토믹 블론드(2017)>를 추천합니다. 샤를리즈 테론 주연으로, 핸드헬드 대신 롱테이크 중심의 액션 연출이 캐릭터의 강인함을 훨씬 설득력 있게 보여줍니다. 팀 첩보물을 원한다면 <코드명 U.N.C.L.E.(2015)>도 볼 만합니다.

 

결론

<355>는 "이 배우들이 모이면 뭔가 다를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시작해서, "캐스팅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교훈으로 끝나는 영화입니다. 제시카 차스테인이 제작까지 맡으며 공들인 프로젝트라는 점은 알지만, 시나리오의 허술함과 액션 연출의 아쉬움은 배우들의 역량으로도 완전히 덮기 어려웠습니다.

머리 아프지 않고 빠른 액션과 글로벌 배경을 즐기고 싶은 날에는 나쁘지 않은 선택입니다. 다만 치밀한 지략 싸움과 캐릭터 간의 복잡한 심리전을 기대한다면, 같은 시간에 더 좋은 작품이 있습니다. 저는 그날 기분에 따라 고르는 영화 목록 중간쯤에 이 작품을 두었습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4tLvFnx1hI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