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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에 몰린 사람이 나쁜 선택을 하면, 우리는 그걸 정말 '나쁜 선택'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요. 영화 《프로젝트 Y》를 보고 나서 제가 가장 오래 붙들고 있었던 질문이 바로 이겁니다. 한소희와 전종서, 두 배우가 함께 출연한다는 것만으로 기대가 앞섰는데, 직접 겪어보니 기대와는 또 다른 방향의 여운이 남았습니다.



두 여자가 달리는 무대 — 배경과 맥락

《프로젝트 Y》의 이야기는 이중생활(double life)이라는 구조에서 출발합니다. 여기서 이중생활이란 단순히 비밀을 숨기는 게 아니라, 낮의 얼굴과 밤의 정체가 완전히 분리된 채 공존하는 상태를 가리킵니다. 낮에는 꽃집 직원으로 고객들의 칭찬을 받고, 밤에는 유흥업소의 에이스인 '화육'으로 살아가는 예슬은 그 분리된 삶을 스스로 끊어내고 싶어 합니다. 은퇴를 선언하고 평범한 삶을 꿈꾸는 장면이 초반에 나오는데, 제가 그 장면을 볼 때 느낀 건 '이 사람은 정말 간절하다'는 것이었습니다.

반대편에는 배달 일을 하며 하루하루를 버티는 도경이 있습니다. 두 사람은 각자의 방식으로 열심히 살아가지만, 현실은 그 열심을 자꾸 발목 잡습니다. 예슬은 동료 미선과 함께 최실장에게 사기를 당해 은퇴 자금을 모두 날리고, 도경은 불법적인 일에 연루되어 협박까지 당합니다. 그리고 이 두 사람의 접점에는 필리핀 출신의 범죄 실세 '토사장'이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토사장은 강남 유흥업소들을 하나씩 장악해가면서 농구 경기 승부 조작(match fixing)까지 손을 뻗칩니다. 승부 조작이란 경기 결과를 사전에 짜고 불법 도박으로 막대한 이익을 취하는 행위로, 스포츠 세계에서는 가장 심각한 범죄 중 하나로 꼽힙니다. 예슬은 이 정보를 이용해 한 방을 노리지만, 오히려 남은 돈마저 모두 잃고 맙니다. 제 경험상 이런 구도, 즉 살아남으려다 더 깊이 빠져드는 구조는 범죄 장르가 가진 가장 오래된 문법이기도 합니다.

  • 예슬(화육): 꽃집 직원으로 위장한 유흥업소 에이스, 은퇴 자금을 사기로 전액 상실
  • 도경: 배달 노동자 출신, 불법 연루 후 토사장의 비자금 7억을 노리는 계획에 합류
  • 토사장: 필리핀 출신 범죄 실세, 승부 조작과 강남 업소 장악으로 세력을 키운 인물
  • 황소: 토사장의 뒤를 봐주는 위험한 실행자, 후반부 결말에 직접적으로 개입
요약: 《프로젝트 Y》는 이중생활과 승부 조작이라는 두 축 위에서, 살아남으려던 두 여자가 점점 더 깊은 위험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범죄 서사의 속살 — 영화가 보여주려 한 것

영화의 중반 이후부터 이야기는 본격적인 비자금 탈취 작전으로 흘러갑니다. 도경은 토사장의 아내에게서 흘러나온 정보를 엿듣고, 경기도 왕산의 천공 묘원에 7억이 묻혀 있다는 사실을 파악합니다. 여기서 비자금(slush fund)이란 공식 장부에 올리지 않고 빼돌린 불법 자금을 뜻하는데, 이 영화에서는 현금뿐 아니라 금괴까지 숨겨져 있다는 설정으로 이어집니다.

도경은 토사장의 술자리에 위장 잠입하여 핸드폰 해킹을 시도하는데, 이 장면에서 사회공학적 해킹(social engineering)이라는 개념이 자연스럽게 등장합니다. 사회공학적 해킹이란 기술적 침입이 아니라 사람 사이의 신뢰와 방심을 이용해 정보를 빼내는 방식으로, 주량 대결로 상대를 방심시킨 뒤 차 사고를 위장해 핸드폰을 확보하는 장면이 바로 이에 해당합니다. 직접 겪어보지 않으면 얼마나 치밀하게 사람을 속이는지 감이 잘 안 오는데, 영화는 이 장면을 꽤 실감 나게 묘사했습니다.

그런데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저는 금괴를 발견하는 장면보다 석구의 배신 장면이 더 강하게 남았습니다. 같은 목표를 향해 달리던 동료가 금괴를 보는 순간 태도를 바꾸는 그 찰나가, 인간의 욕망이 얼마나 빠르게 관계를 삼켜버리는지를 보여주는 것 같았습니다. 도경은 이를 역으로 이용해 석구를 속이고 금괴를 챙기지만, 이후 최가형 엄마의 배신과 죽음으로 이어지는 연쇄 장면은 꽤 묵직하게 다가왔습니다.

한국 영화진흥위원회(KOFIC)의 분석에 따르면 국내 범죄 장르 영화는 2020년대 이후 여성 주인공 중심 서사로 빠르게 재편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출처: 영화진흥위원회). 《프로젝트 Y》는 그 흐름의 한가운데 위치한 작품임은 분명합니다. 다만 제 경험상 이런 흐름이 형식으로만 받아들여질 때, 즉 '여자가 주인공인 범죄물'이라는 외형만 갖추고 내면을 채우지 못할 때 아쉬움이 남습니다. 이 영화가 딱 그 경계선 위에 서 있다고 느꼈습니다.

요약: 비자금 탈취와 배신의 연쇄가 영화의 핵심 동력이지만, 여성 서사의 외형과 내면 사이의 간극이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결말이 남긴 것 — 복수와 그 이후

영화의 후반부는 미선의 복수 계획을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미선은 토사장의 불법 도박 사이트 정보를 손에 넣고, 동료들을 설득해 토사장이 승부 조작 경기에 전 재산을 거는 순간을 역이용하는 계획을 세웁니다. 역배팅(contrarian betting) 구조, 즉 조작된 결과를 알고도 그 반대에 베팅하는 방식으로 토사장을 무너뜨리는 전략인데, 에이스 이안옥 선수의 예상치 못한 활약으로 조작이 틀어지면서 토사장은 모든 것을 잃게 됩니다.

그런데 이 장면에서 제가 집중한 건 경기 장면이 아니었습니다. 미선이 동료들을 설득하는 장면, 그 눈빛이 더 기억에 남습니다. 잃을 게 더 없어진 사람의 눈이 어떤 모습인지 전종서가 꽤 정확하게 잡아냈다고 생각했습니다.

결말은 예상보다 냉혹합니다. 미선은 황소의 칼에 맞아 죽고, 도경은 토사장을 처단합니다. 모든 것이 끝난 자리에 도경만 남고, 미선이 남긴 금괴와 꽃집에 숨겨둔 골드바가 마지막 장면을 채웁니다. 살아남은 사람이 꼭 이긴 사람은 아니라는 것, 그 씁쓸함이 영화가 끝나고도 한참 남았습니다.

다만 제 경험상 이 마지막 감정은 영화가 설계한 게 아니라 배우들의 연기가 만들어낸 것에 가깝다고 봅니다. 시나리오 자체의 서사적 밀도(narrative density), 즉 이야기 안에서 인물의 선택과 감정이 얼마나 촘촘하게 쌓여 있는가를 따지면 군데군데 구멍이 느껴집니다. 등장인물이 많아지는 후반부에서 각 관계의 맥락이 충분히 설명되지 않은 채 장면이 빠르게 전환되는 부분이 특히 그랬습니다. 국내 개봉 영화 평균 러닝타임과 관객 몰입도 연구에서도 분량 대비 인물 밀도가 낮을수록 후반 몰입이 급격히 떨어진다는 결과가 있습니다(출처: 영상물등급위원회).

요약: 미선의 죽음과 도경의 생존이 만드는 결말은 냉혹하고 여운이 길지만, 그 감동의 상당 부분은 시나리오보다 배우의 연기에서 나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프로젝트 Y 결말에서 미선은 왜 죽나요?

A. 미선은 토사장에게 복수하겠다는 다짐을 끝까지 밀어붙이다 황소의 칼에 맞아 사망합니다. 도경이 함께 떠나자고 여권까지 건네지만 미선은 복수를 선택하고, 그 선택이 결국 죽음으로 이어집니다. 제가 이 장면을 볼 때 느낀 건 '이 사람은 살아남는 것보다 끝내는 것을 원했다'는 것이었습니다.

 

Q. 토사장 비자금이 묻혀 있는 왕산 천공 묘원은 실제 장소인가요?

A. 영화 속 설정으로 등장하는 경기도 왕산의 천공 묘원은 실제 지명과 결합된 허구의 장소로 보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영화가 구체적인 지명을 언급하는 것은 현실감을 높이기 위한 연출 장치로, 실제 특정 묘원을 가리키는 것은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Q. 한소희와 전종서 중 누가 미선이고 누가 도경인가요?

A. 한소희가 미선, 전종서가 도경을 연기합니다. 미선은 감정적으로 뜨겁고 복수에 집착하는 인물이고, 도경은 냉정하고 계산적으로 움직이는 인물입니다. 두 배우의 캐릭터 분위기가 서로 대조되면서 잘 맞아 들어간다는 것이 제가 관람 중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입니다.

 

Q. 프로젝트 Y, 이야기가 복잡해서 따라가기 어렵지 않나요?

A. 솔직히 말하면 중반 이후 등장인물이 많아지면서 관계를 따라가는 게 다소 벅찬 순간이 있었습니다. 특히 최가형 엄마와 도경의 과거 관계, 대사라는 인물의 배경은 설명이 조금 더 있었으면 했습니다. 사전에 줄거리 흐름을 간단히 파악하고 보면 훨씬 편하게 즐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결론

《프로젝트 Y》는 제가 보고 나서 "잘 만든 영화다"라고 단정하기 어렵고, 그렇다고 "별로였다"고 말하기도 어려운 영화입니다. 화려한 비주얼과 두 배우의 강렬한 존재감은 분명히 있는데, 그 뒤를 받쳐줘야 할 이야기의 밀도가 듬성듬성한 느낌이 남습니다. 특히 벼랑 끝에 몰린 사람들의 내면을 더 촘촘하게 썼다면, 결말의 감정이 훨씬 더 오래 갔을 거라는 아쉬움이 큽니다.

그래도 영화를 보고 나서 '만약 저라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라는 질문이 한참 머릿속을 맴돌았습니다. 좋은 영화의 기준 중 하나가 관람 후에도 생각을 남기는 것이라면, 《프로젝트 Y》는 그 기준은 통과한 작품입니다. 여성 서사 범죄물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한 번쯤 보고 나서 직접 판단해 보는 것을 권합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BkBNRv75HPE&t=2284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