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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만에 돌아온 속편이라는 말만 들어도 기대가 앞서는 동시에 걱정이 따라오는 경험, 저도 정확히 그랬습니다. 전작의 미란다 프리슬리가 너무 강렬해서인지 영화관에 앉는 내내 '과연 그 긴장감을 다시 만들 수 있을까'를 먼저 생각했습니다. 이 글에서는 실제로 영화를 보고 난 뒤 느낀 미란다 캐릭터의 변화와 앤디의 성장이 얼마나 설득력 있게 그려졌는지, 그리고 후속편으로서 어디까지 성공했는지를 솔직하게 정리해 봤습니다.
미란다 변화 — 카리스마가 시대 앞에 무너지는 과정
영화를 보면서 제가 가장 먼저 당황했던 건 미란다가 브랜드 측에 먼저 아쉬운 소리를 해야 하는 장면이었습니다. 전작에서 샤넬이든 프라다든 런웨이의 전화 한 통이면 움직이던 바로 그 인물이, 이번에는 자리를 보전하기 위해 협상 테이블에 앉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 역전된 권력 구조가 단순한 설정 변화가 아니라, 현재 패션 미디어 산업 전체가 처한 현실을 반영한다는 점에서 꽤 씁쓸하게 다가왔습니다.
미란다의 모티브가 된 실존 인물 안나 윈투어는 현재 보그(Vogue) 편집장 직함 외에 콘데나스트(Condé Nast) 글로벌 총괄 자리를 겸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콘데나스트란 보그, 배너티 페어, GQ 등 수십 개 잡지를 산하에 둔 세계 최대 미디어 그룹 중 하나입니다. 영화 속 미란다가 런웨이 편집장에서 글로벌 총괄로 승진하며 자리를 옮기는 결말이 실제 안나 윈투어의 경로와 상당히 겹친다는 사실이 흥미로웠습니다. 다만 이 '승진'이 진짜 영향력 확장인지, 아니면 우아한 퇴장을 위한 포장인지에 대해서는 해외에서도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습니다(출처: Vogue 공식 사이트).
영화가 특히 잘 잡아낸 장면은 이탈리아 에마누엘레 갤러리아에 홀로 서 있는 미란다의 모습입니다. 화려한 무리에서 떨어져 혼자 서 있는 그 구도 하나로, 미란다가 단순한 악역이 아니라 점점 잊혀가는 전통 그 자체를 상징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저는 이 장면에서 영화가 가장 솔직해졌다고 생각했습니다.
한편 미란다의 비서에게 독설을 쏟으려다 제지당하는 장면은 처음엔 좀 어색하게 느껴졌는데, 생각할수록 영리한 연출이었습니다. 워크플레이스 괴롭힘(workplace bullying) — 즉 직장 내 권력형 갑질 — 이 더 이상 용인되지 않는 현실을 패러디하면서도, 변화에 적응하기 버거운 기성세대를 풍자합니다. 실제로 안나 윈투어 주변 인물들의 증언도 2000년대 초반과 지금은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고 일관되게 전하고 있습니다.
- 브랜드와의 권력 구조가 역전되어, 미란다가 먼저 협상을 요청해야 하는 상황으로 변화
- 안나 윈투어의 실제 승진 경로(글로벌 총괄)가 영화 결말과 평행하게 맞닿음
- 직장 내 권력형 갑질에 대한 시대 변화가 미란다 캐릭터의 행동 제약으로 그대로 반영
- 에마누엘레 갤러리아 장면에서 미란다를 '패션 역사의 유산'으로 재정의하는 상징적 연출
앤디 성장과 후속편 평가 — 반가움과 아쉬움 사이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20년이 지난 앤디가 미란다의 칭찬을 여전히 갈구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장면에서 피식 웃었습니다. 사람이 그렇게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걸 영화가 꽤 정직하게 짚어낸 부분이었습니다. 나이젤이 1편에서 "미란다는 칭찬할 의무가 없다"고 했던 것처럼 2편에서도 같은 맥락의 조언을 건네는데, 이 반복이 오히려 앤디라는 인물의 입체감을 살려줬습니다.
제가 직접 영화를 보면서 앤디의 변화 중 가장 설득력 있게 느껴진 건 패션 스타일이었습니다. 1편에서 패션에 무관심하던 앤디가 2편에서는 나이젤의 도움 없이 스스로 코디를 완성하는 장면이 있는데, 이 디테일 하나가 세월을 체감하게 했습니다. 스타일리스트(stylist) — 패션 전문가로서 의상과 전체 룩을 설계하는 직업 — 의 손을 빌리지 않고도 런웨이 잡지 주변에서 쌓은 감각이 몸에 배었다는 걸 보여주는 방식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다만 앤디의 패션 변신이 유행에 지나치게 맞춰진 느낌이라는 지적도 있는데, 저는 그 부분도 어느 정도 공감이 갔습니다.
결말에서 앤디가 미란다의 인정을 더 이상 구걸하지 않고, 미란다가 먼저 그녀의 기사에 만족해 미소를 짓는 장면은 이번 영화에서 제가 가장 좋아한 순간입니다. 성장이 거창한 선언이 아니라 태도의 변화로 나타난다는 걸 보여주는 방식이 자연스러웠습니다.
그러나 후속편 전체를 놓고 보면 아쉬움도 솔직히 있습니다. 전작은 미란다의 압박, 앤디의 선택, 나이젤의 배신이 하나의 얽힌 드라마를 이루었는데, 이번에는 주요 위기가 벤지 부부와 연결되면서 전개가 다소 단선적으로 흘렀습니다. 내러티브 구조(narrative structure) — 이야기가 원인과 결과로 단단하게 연결되는 방식 — 측면에서 보면, 문제가 핸드폰 통화 몇 번과 자본으로 해결되는 인상을 주는 장면들이 아쉬웠습니다. 제 경험상 이런 부분이 속편의 고질적인 함정인데, 이번 영화도 완전히 피하지는 못한 것 같습니다(출처: Rotten Tomatoes).
캐스팅 측면에서는 레이디 가가가 메릴 스트립의 제안으로 출연하게 됐다는 사실이 흥미로웠고, 시드니 스위니는 촬영 분량이 최종본에서 삭제되는 등 편집 과정에서도 여러 변수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메릴 스트립이 앤 해서웨이와 일부러 친해지지 않으며 캐릭터에 몰입했다는 에피소드는, 두 배우가 20년간 각자의 자리에서 얼마나 진지하게 이 작품을 대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 전작을 안 봐도 재미있나요?
A. 전작을 모르더라도 기본 줄거리는 따라갈 수 있습니다. 다만 미란다와 앤디의 관계, 나이젤과의 과거 갈등에서 오는 감정적 무게감은 전작을 본 관객에게 훨씬 크게 다가옵니다. 가능하면 1편을 먼저 보고 오는 걸 권합니다.
Q. 안나 윈투어가 실제로 영화에 나오나요?
A. 특별 영상 카메오로 출연할 예정이었지만, 촬영 중 실수로 인해 최종본에서 편집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영화 안에서 안나 윈투어의 실제 취향은 앤디가 놀란 미란다의 호텔 방 장면을 통해 간접적으로 구현되어 있습니다.
Q. 레이디 가가는 왜 출연하게 됐나요?
A. 메릴 스트립이 직접 제안했고, 레이디 가가는 월드 투어 중에도 흔쾌히 수락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패션과 음악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상징성 있는 캐스팅이라는 평가가 많았습니다.
Q. 3편 제작 가능성은 있나요?
A. 과거 감독과 배우들은 후속편에 부정적이었지만, 이번 2편 공개 후 인터뷰에서는 모두 태도가 바뀌어 3편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입니다. 흥행 결과와 관객 반응에 따라 논의가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Q. 에밀리 캐릭터의 실제 모티브는 누구인가요?
A. 많은 추측이 있었지만 플럼 사이크스 본인은 모티브가 아니라고 부인했습니다. 플럼 사이크스가 직접 지목한 진짜 모티브는 당시 안나 윈투어의 비서였던 레슬리 프레마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결론
제 경험상 속편은 두 가지 함정 중 하나에 빠집니다. 전작을 너무 의식해서 새로움이 없거나, 반대로 너무 달라져서 원작 팬을 잃거나.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는 그 중간 어딘가에 안착했습니다. 전작의 분위기를 충분히 살리면서도 시대 변화를 영리하게 녹여냈다는 점은 인정할 만합니다. 다만 위기 해결의 디테일이나 서사의 밀도 측면에서는 전작이 남긴 기준을 넘지 못했다는 것이 솔직한 평가입니다.
전작을 좋아했던 분이라면 반가운 마음으로 볼 수 있는 작품입니다. 다만 1편과 같은 날카로운 직장 풍자나 압도적인 긴장감을 기대하고 간다면 기준을 살짝 낮추고 가는 편이 낫습니다. 영화를 다 보고 나서 저는 미란다보다 앤디의 마지막 표정이 더 오래 남았습니다. 남의 인정을 기다리지 않아도 되는 순간이 결국 성장의 도착지라는 것, 그 감각만으로도 볼 이유는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