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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저는 이 영화를 처음 접했을 때 제목부터 좀 당혹스러웠습니다. '사랑과 고기'라니, 대체 어떤 조합인가 싶었거든요. 그런데 106분을 다 보고 나서야, 이 제목이 얼마나 정확한 말이었는지 알게 됐습니다. 도시 한편에서 폐지를 줍고 살아가는 세 노인이 고기 한 점을 둘러싸고 벌이는 이야기. 웃기고 서글프고, 보다 보면 이상하게 목이 멥니다.
고기 한 점에 담긴 노년 빈곤의 현실
영화는 장용 배우가 연기하는 우식이 마트에서 고기를 내려놓고 우유를 집어 드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저는 그 장면을 보는 순간, 말 한마디 없는 그 행동 하나가 이 사람의 하루 전체를 설명한다는 걸 느꼈습니다. 먹고 싶은 건 있지만, 살 수가 없는 상황. 그게 우식의 일상입니다.
우식, 형준(박근형), 화진(예수정). 세 사람은 폐지 줍기 다툼이라는 황당한 계기로 인연을 맺습니다. 처음엔 그냥 말 안 통하는 노인들끼리 티격태격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형준의 집에서 뭇국 이야기를 나누고 화진이 요리를 도와주면서 관계가 달라집니다. 평생 집안일이라고는 해본 적 없는 두 남자와, 첩살이로 시작해 딸 부부를 사고로 잃고 손자를 키우는 여자. 세 사람의 사연이 하나씩 드러날수록 이 영화의 공기가 조금씩 달라집니다.
여기서 영화가 다루는 핵심 문제가 노년 빈곤(Elderly Poverty)입니다. 노년 빈곤이란 은퇴 이후 안정적인 소득 기반을 잃은 고령층이 최소한의 생활도 영위하기 어려운 상태를 말합니다. 한국의 노인 빈곤율은 OECD 회원국 중 최상위권으로, 출처: OECD 자료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의 상대적 빈곤율이 40%를 상회합니다. 영화 속 우식이 혼자 판잣집 같은 공간에서 살며 폐지를 줍는 모습, 형준이 아들 명의의 집에 살면서도 아무것도 법적으로 주장할 수 없는 상황, 화진이 손자에게 50만 원을 요구받고 30만 원밖에 줄 수 없는 현실은 모두 이 통계가 숫자가 아닌 사람의 얼굴로 보이는 순간들입니다.
그리고 우식은 간암(Hepatocellular Carcinoma) 진단을 받은 상태입니다. 간암이란 간세포에서 발생하는 악성 종양으로, 진행된 경우 항암 치료의 효과가 제한적입니다. 우식은 항암 치료를 거부하고, 남은 시간을 고기를 먹고 소주를 마시며 보내기로 선택합니다. 저는 그 선택이 처음엔 그냥 고집처럼 보였습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치료보다 지금 이 순간을 택한 사람에게 뭐라고 할 수 있을까 싶었습니다.
- 우식: 간암 투병 중, 가족 없이 홀로 생활, 폐지 수거로 생계 유지
- 형준: 유방암으로 아내를 잃고, 자녀와 20년 이상 의절, 아들 소유 집에 거주
- 화진: 교통사고로 딸 부부를 잃고 손자 양육, 젊은 시절 첩살이 경험
무전취식이라는 일탈, 그 윤리적 불편함
세 사람이 함께 고기를 먹고 우식이 "나 돈 없어"라고 말하는 장면. 제가 직접 보면서 느낀 건, 황당하면서도 왜 웃음이 먼저 나오지 않는가, 하는 이상한 감각이었습니다. 형준과 화진은 화를 내지만 고기가 맛있었다는 건 인정합니다. 이후 세 사람은 나름의 원칙까지 정합니다. 각자 1인분씩, 소주 한 병, 잘 되는 가게에서 먹는다. 이 원칙이 우스울 것 같지만, 저는 그 장면에서 이 사람들이 얼마나 진지하게 이 시간을 소중히 여기는지 느꼈습니다.
다만, 여기서 저는 영화에 대한 불편함도 솔직히 털어놓고 싶습니다. 무전취식(無錢取食)이란 음식을 먹고 대금을 지불하지 않는 행위로, 명백한 형사처벌 대상입니다. 영화는 이 행위를 노인들의 생존 본능이자 말년의 작은 기쁨처럼 그리는데, 이 과정에서 피해를 입는 식당 사장의 입장은 거의 다뤄지지 않습니다. 소상공인의 경영난이 깊은 현실에서, 이 설정이 일탈을 지나치게 낭만화하는 것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출처: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자영업자 수는 약 550만 명에 달하며, 영세 식당의 폐업률은 해마다 높아지는 추세입니다. 영화가 노인들의 고통을 그리기 위해 또 다른 취약 계층의 희생을 도구로 삼는 셈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은, 영화가 끝나고 나서도 마음에 남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의 앙상블(Ensemble) 연기는 정말 깊었습니다. 앙상블 연기란 한 명의 주인공이 아닌 여러 배우가 고른 비중으로 서사를 함께 이끌어가는 방식을 말합니다. 박근형, 장용, 예수정 세 배우가 영화를 삼등분하면서도 각자의 결이 살아 있고, 그 결들이 맞닿는 순간이 이 영화의 진짜 감동입니다. 제 경험상 이런 균형을 상업영화에서 보기는 쉽지 않습니다. 독립 예술 영화이기에 가능한 밀도였다고 봅니다.
재판 장면에서 화진이 손자에게 "늙었으니까 한쪽 구석에 찌그러져 있다가 죽으란 말이니?"라고 묻는 대사는, 제가 이 영화에서 가장 오래 기억할 문장입니다. 사회적 고령화(Social Aging) 문제, 즉 노인 인구의 급격한 증가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사회 주변부로 밀려나는 현상을 이 한 문장이 압축합니다. 대사 한 줄이 논문 한 편보다 묵직하게 꽂힐 때가 있는데, 그 장면이 그랬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사랑과 고기, 지금 어디서 볼 수 있나요?
A. 현재 상영관은 없는 상태입니다. 제가 확인했을 때 기준으로는 OTT 서비스에서 한정적으로 제공된 적이 있었으나, 상황이 달라질 수 있으니 각 플랫폼에서 직접 검색해 보시는 게 가장 정확합니다.
Q. 영화 분위기가 너무 무겁지는 않나요?
A. 제가 직접 봤는데, 생각보다 무겁지 않습니다. 블랙 코미디적인 장면도 있고, 세 노인이 티격태격하는 순간엔 웃음도 나옵니다. 다만 이야기 전개가 빠른 편은 아니어서, 속도감 있는 상업영화에 익숙하신 분이라면 중반부에 다소 느리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Q. 감독이나 각본가가 유명한 사람인가요?
A. 양종현 감독과 임나무 작가 모두, 저는 이 영화를 통해 처음 알게 됐습니다. 감독의 이전 작품에 대한 평가가 좋지 않았다는 말도 있는데, 이 영화만큼은 배우들의 힘이 연출의 약점을 충분히 메운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Q. 세 배우 중 누구의 연기가 가장 인상적이었나요?
A. 개인적으로는 장용 배우가 연기한 우식이 가장 마음에 남았습니다. 간암 환자임에도 항암 치료를 거부하고, 남은 시간을 고기와 소주로 채우는 그 인물의 고집이 슬프면서도 어딘가 단단하게 느껴졌거든요. 다만 예수정 배우의 재판 장면 한 줄은 영화 전체를 통틀어 가장 오래 기억되는 대사였습니다.
결론
영화를 다 보고 나서 제가 제일 먼저 한 건, 오랫동안 연락을 못 한 지인에게 밥 한 번 먹자는 문자를 보내는 일이었습니다. 그게 이 영화가 저한테 한 일입니다. 거창한 메시지보다, 고기 한 점을 함께 먹는 시간이 사람에게 얼마나 큰 의미인지를 몸으로 느끼게 해줬습니다.
《사랑과 고기》는 완벽한 영화가 아닙니다. 무전취식이라는 설정의 윤리적 부담, 느린 전개, 인물들의 과거를 좀 더 깊이 파고들지 못한 아쉬움은 분명히 있습니다. 하지만 노년 빈곤, 사회적 고령화, 도시 빈민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고기 한 점이라는 구체적이고 감각적인 언어로 풀어낸 방식만큼은 기억할 만합니다. 정답을 주지 않고 질문만 남기는 영화인데, 그 질문이 꽤 오래 머릿속에 맴돌았습니다. 잔잔한 여운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한 번쯤 시간 내어 보실 만한 한국 독립영화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