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반응형

솔직히 저는 이 영화를 별 기대 없이 들어갔습니다. 제목도 그렇고 히어로물이라는 장르 자체가 요즘 워낙 넘쳐나다 보니, 그냥 시간 때우기 정도겠지 싶었거든요. 그런데 막상 보고 나니 마냥 흘려버리기엔 아쉬운 점이 너무 많았습니다. 좋은 의미로도, 나쁜 의미로도요. 《부활남: 더 레드》, 제가 직접 보고 느낀 것들을 솔직하게 정리했습니다.

 

구교환이 살린 캐릭터, 생각보다 잘 어울렸다

처음 캐스팅 소식을 들었을 때 구교환이 히어로물 주인공이라는 게 좀 의아했습니다. 흔히 히어로 영화라고 하면 근육질에 카리스마 넘치는 배우를 떠올리기 마련인데, 구교환은 그런 이미지와는 거리가 있으니까요. 그런데 제가 틀렸습니다.

주인공 석환은 이른바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가득 찬 취준생입니다. 여기서 취준생이란 단순히 직업이 없는 사람이 아니라, 면접에서 번번이 떨어지면서도 자기 자신을 의심하지 않는, 어딘가 허당 기질이 있는 인물입니다. 구교환 특유의 어딘지 어설프고 뻔뻔한 연기 스타일이 이 캐릭터와 맞아떨어졌습니다.

강기영이 연기한 친구 영환과의 케미도 제 예상보다 훨씬 좋았습니다. 두 사람이 함께하는 장면에서는 코미디 타이밍이 살아나는데, 강기영의 리액션 연기가 생각 이상으로 웃겼습니다. 101분이라는 짧은 러닝타임 안에서 이 두 사람의 관계가 영화의 활력소 역할을 제대로 했습니다.

요약: 구교환의 어설픈 매력이 석환 캐릭터와 잘 맞았고, 강기영과의 케미가 영화의 활력을 살렸다.

 

줄거리는 단순한데, 사실 파고들 이야기는 많다

원작은 동명 웹툰 《부활남》입니다. 웹툰 원작 영화의 고질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바로 세계관 압축의 한계입니다. 여기서 세계관 압축이란 방대한 분량의 원작 서사를 제한된 러닝타임 안에 밀어 넣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생략과 손실을 말합니다. 《부활남: 더 레드》도 이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았습니다.

줄거리의 핵심 설정은 이렇습니다. 어린 시절 악의 기업의 실험체로 사용된 아이들 중 레드(석환), 블랙, 블루 세 명이 각각 고유한 능력을 갖게 됩니다. 레드는 부활 능력, 블랙은 72시간 이내 타인 조종 능력, 블루는 신체 강화 능력입니다. 이 설정 자체는 꽤 매력적입니다. 특히 부활할수록 더 강해진다는 레드의 능력은 액션 영화에서 독특하게 활용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설정들이 영화 안에서 충분히 활용되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제가 영화를 보면서 계속 느낀 건 "이게 시리즈였으면 얼마나 좋았을까"라는 아쉬움이었습니다. 기업의 음모, 세 능력자의 관계, 석환의 진짜 정체. 이 모든 게 겉핥기로 지나갑니다.

  • 레드(석환): 부활 능력 — 죽을 때마다 72시간 후 소생, 부활할수록 강해짐
  • 블랙: 조종 능력 — 72시간 이내로 타인을 지배할 수 있음
  • 블루(특별출연): 신체 강화 능력 — 비중이 매우 적어 사실상 설정 소개 수준
요약: 능력 설정은 독창적이지만, 짧은 러닝타임 탓에 세계관이 충분히 펼쳐지지 못하고 줄거리가 요약본처럼 흘러간다.

 

아쉬운 CG와 빌런 서사, 몰입을 자꾸 끊었다

제가 실수한 부분이 있었는데, 이 영화를 보기 전에 예고편을 꼼꼼히 안 봤습니다. 그래서 CG 수준을 미처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실제로 보니 항공모함 위에 세워진 구조물이나 후반부 폭발 장면에서 컴퓨터 그래픽(CG)이 화면과 붕 떠 있는 느낌을 줬습니다. CG란 컴퓨터로 생성한 시각 효과를 말하는데, 실사 촬영 영상과 자연스럽게 합성되지 못할 경우 오히려 이질감을 키워 몰입을 방해합니다. 《부활남: 더 레드》의 몇몇 장면이 정확히 그랬습니다.

빌런인 블랙의 서사도 아쉬움이 컸습니다. 신승호가 연기한 블랙은 주인공과 같은 실험 배경을 가졌고, 블루와의 관계도 존재합니다. 이 관계성이 제대로 다뤄졌다면 단순한 악당이 아니라 입체적인 인물이 됐을 텐데, 영화는 그 감정의 결을 보여줄 시간을 확보하지 못했습니다. 제 경험상 빌런의 동기가 납득되지 않으면 주인공의 승리도 카타르시스가 반감됩니다.

개연성 문제도 눈에 밟혔습니다. 초반에 CCTV로 주인공의 위치를 귀신같이 추적하던 블랙이 후반부에는 갑자기 추적을 멈춥니다. 병원 지하 싸움 도중 뜬금없이 등장하는 카메라맨들, 항공모함 침투 시 주변 악당들이 의사를 완전히 무시하는 장면 등 몰입을 깨는 요소들이 적지 않게 눈에 들어왔습니다. 영화 문법상 이런 허점은 관객의 이입을 방해하는 결정적 요인입니다.

감독 백종열은 《뷰티 인사이드》와 《독전 2》를 연출한 경력이 있습니다. 그 필모그래피를 생각하면 이번 작품에서 좀 더 탄탄한 서사 연결을 기대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한국영화아카데미(KAFA) 출신 감독들의 작품을 여러 편 봤는데, 장르 혼합 시 선택과 집중이 무너지면 이렇게 분산되는 경우가 생긴다는 걸 다시 한 번 실감했습니다.

요약: 어색한 CG와 납득하기 어려운 빌런 서사, 개연성 구멍들이 몰입을 반복적으로 방해한다.

 

총평 — 망작은 아니지만, 선택과 집중이 아쉬웠다

저는 이 영화에 2.5점을 줬습니다. 5점 만점 기준입니다. 망작이라고 부르기는 어렵습니다. 구교환의 연기와 강기영과의 케미, 적당한 속도감은 분명 장점입니다. 머리 비우고 가볍게 즐기는 킬링타임용으로는 나쁘지 않습니다. 비슷한 결로 따지자면 《타짜: 원 아이드 잭》 같은 느낌이랄까요. 가볍게 보면 볼 만한데 깊이를 기대하면 실망하는 작품.

그런데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소재 자체가 이렇게 좋은 영화가 이 정도 완성도에서 멈춘다는 게 아쉬웠습니다. 부활이라는 개념, 죽음을 반복하며 강해지는 주인공, 능력자들 간의 대립. 이걸 제대로 살렸다면 한국형 히어로 시리즈물의 좋은 출발점이 됐을 텐데요.

한국 영화 산업에서 오리지널 히어로 IP(지식재산권)를 구축하는 시도 자체는 귀합니다. IP란 캐릭터나 세계관을 기반으로 영화·드라마·굿즈 등으로 확장할 수 있는 콘텐츠 자산을 말합니다. 최근 국내 OTT 콘텐츠 시장에서도 히어로 장르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확인되고 있습니다(출처: 영화진흥위원회). 그래서 더 아쉽습니다. 1시간 41분이라는 러닝타임을 두 편으로 나눠 시리즈로 갔더라면, 블랙의 서사도 살리고 능력 설정도 더 기발하게 써먹을 수 있었을 겁니다.

제 경우엔 웹툰 원작 영화를 볼 때 항상 원작 팬들의 반응도 같이 살피는 편인데, 《부활남》 웹툰 독자들 사이에서도 아쉽다는 반응이 많았습니다. 원작의 서사 밀도가 101분으로는 감당이 안 됐다는 의견이 중론이었습니다. 국내 웹툰 원작 영화 흥행 데이터를 보면, 원작 세계관의 충실한 구현 여부가 흥행 성패에 직결되는 경향이 있습니다(출처: 영화진흥위원회 박스오피스 통계).

허술한 부분에 눈을 감고 가볍게 즐길 수 있다면 충분히 볼 만한 영화입니다. 다만 역대급 한국 히어로물을 기대한다면 그 기대치는 조금 내려놓고 가시는 편이 좋습니다.

요약: 5점 만점에 2.5점. 킬링타임용으로는 합격이지만, 좋은 소재를 충분히 살리지 못한 아쉬움이 크다.

 

자주 묻는 질문

Q. 부활남 더 레드, 아이와 함께 봐도 되나요?

A. 15세 이상 관람가로 분류된 작품입니다. 폭력적인 액션 장면이 포함되어 있어 어린 자녀와 함께 관람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습니다. 중학생 이상이라면 내용 이해에 큰 무리는 없는 수준입니다.

 

Q. 원작 웹툰을 먼저 봐야 영화를 즐길 수 있나요?

A. 원작을 몰라도 영화 자체만으로 기본적인 줄거리 파악은 가능합니다. 다만 원작을 먼저 읽고 가면 영화가 얼마나 많은 내용을 생략했는지 더 체감하게 되어 오히려 아쉬움이 배가될 수 있습니다. 제 경우엔 영화를 먼저 보고 원작을 찾아봤는데, 그 순서가 더 나았던 것 같습니다.

 

Q. 김유정은 얼마나 나오나요?

A. 특별출연으로 블루 역을 맡았는데, 비중이 매우 적습니다. 세 능력자 중 하나로 설정은 소개되지만 이야기 안에서 깊이 있게 다뤄지지 않습니다. 김유정 목적으로 관람한다면 기대치를 낮추는 게 좋습니다.

 

Q. 속편이나 시리즈 제작 계획이 있나요?

A. 공식적으로 확인된 속편 계획은 현재 알려진 바 없습니다. 다만 영화 안에 회수되지 않은 복선과 설정들이 남아 있어, 후속작을 염두에 둔 구성으로 보이는 면이 있습니다. 흥행 결과에 따라 달라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결론

《부활남: 더 레드》는 좋은 소재를 가지고 시작했지만, 101분이라는 러닝타임 안에 너무 많은 것을 담으려다 결국 아무것도 깊이 있게 다루지 못한 영화입니다. 제가 가장 아쉬웠던 건 부활이라는 독창적인 능력 설정이 액션 안에서 기발하게 활용되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죽을수록 강해진다는 설정은 이야기를 더 극적으로 만들 수 있었는데, 영화는 그 가능성을 충분히 실험하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구교환과 강기영의 케미를 즐기면서 가볍게 보기에는 충분합니다. 무거운 감정 몰입 없이 액션과 웃음을 적당히 섞어 즐기고 싶다면, 그 용도로는 이 영화가 제 역할을 합니다. 단, 빌런 서사나 세계관의 깊이까지 기대한다면 보고 나서 허탈함이 남을 수 있습니다. 이 점만 미리 알고 가신다면 극장에서의 101분이 크게 아깝지는 않을 겁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reAQUk5TF0M

반응형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