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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저는 《머니백》을 보기 전까지 이경영 배우가 코미디를 이렇게 잘할 줄 몰랐습니다. 전직 킬러 역할이라길래 으레 묵직한 분위기를 기대했는데, 첫 장면부터 예상을 완전히 빗나갔거든요. 돈가방 하나를 중심으로 킬러·형사·백수 청년이 얽히고설키는 코믹 액션 영화로, 가볍게 웃으며 볼 한국 영화를 찾는 분들께 꽤 적합한 선택지입니다.



캐릭터들이 만들어내는 코믹 액션의 질감

영화를 보면서 제가 가장 먼저 느낀 건 이 작품이 장르적으로 '앙상블 코미디(ensemble comedy)'에 가깝다는 점이었습니다. 앙상블 코미디란 주인공 한 명의 서사보다 여러 캐릭터가 동등한 비중으로 등장해 부딪히고 엮이면서 웃음을 만들어내는 구조를 말합니다. 처음에는 각자 다른 사연으로 움직이는 인물들이 어떻게 연결될지 궁금해서 계속 보게 됐습니다.

김무열이 연기한 민재는 공무원 시험에 몇 년째 낙방 중이고, 어머니 수술비 천만 원을 마련하지 못해 사채 독촉까지 시달리는 인물입니다. 제가 직접 봐봤는데, 민재가 불법 오락실에서 250만 원을 따고도 사채업자에게 고스란히 빼앗기는 장면은 웃기면서도 묘하게 씁쓸했습니다. 지금 한국 사회에서 청년 빈곤과 취업난이 얼마나 현실적인 문제인지 새삼 환기됐거든요. 실제로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30대 체감 취업률은 공식 수치보다 훨씬 낮고 가계 부채 부담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출처: 통계청).

이경영 배우가 맡은 킬러 박은 은퇴 후 복귀한 프리랜서 암살자입니다. 여기서 '프리랜서 암살자'란 특정 조직에 소속되지 않고 의뢰를 받아 개별적으로 움직이는 킬러를 뜻하는데, 영화 안에서 이 설정이 코미디의 핵심 도화선이 됩니다. 그에게 배송되어야 할 총이 택배 기사의 실수로 옆집 민재에게 잘못 배달되면서 모든 사건이 시작되거든요.

박희순이 연기한 최영사는 불법 도박장에서 총까지 잃어버린 채 보직 정지당한 형사입니다. 제 경험상 이런 '막장 형사' 캐릭터는 과하면 불쾌해지기 쉬운데, 박희순은 어딘가 찌질하면서도 밉지 않은 선을 잘 지켰다고 느꼈습니다. 오정세와 임원희가 등장하는 장면에서는 긴장감이 뚝 끊기고 피식 웃음이 나왔는데, 그 흐름 전환이 꽤 자연스러웠습니다.

  • 민재(김무열): 사채와 수술비에 쫓기는 백수 청년. 본의 아니게 사건의 중심이 되는 인물
  • 킬러 박(이경영): 은퇴 후 복귀한 프리랜서 암살자. 잘못 배달된 총 하나로 소동의 시작을 만드는 인물
  • 최영사(박희순): 도박 빚에 총까지 잃은 보직 정지 형사. 돈가방을 쫓아다니며 상황을 더 꼬이게 만드는 인물
  • 문상열(이경영 외): 전직 조폭 출신 국회의원. 불법 선거 자금이 결국 모든 인물을 한자리에 모이게 하는 원인 제공자
요약: 《머니백》의 재미는 개별 캐릭터의 개성보다 이들이 하나의 돈가방을 둘러싸고 충돌하는 앙상블 구조에서 나온다.

 

스토리 구조의 장점과 아쉬움

영화의 서사 구조는 '맥거핀(MacGuffin)' 기법을 활용합니다. 맥거핀이란 이야기 속에서 등장인물들이 쫓아다니지만 그 자체의 내용보다 인물들 사이의 관계와 충돌을 끌어내는 장치 역할을 하는 소품 또는 목표물을 뜻합니다. 여기서는 돈가방이 바로 그 역할입니다. 킬러에게 갔어야 할 총, 백사장의 비자금이 든 돈가방이 각각 엉뚱한 사람에게 넘어가면서 이야기가 연쇄적으로 꼬여갑니다.

제가 보면서 가장 재미있었던 구간은 돈가방이 백사장의 부하에서 택배 기사로, 다시 민재와 최영사 손으로 넘어가는 중반부였습니다. 각 인물이 가방을 손에 쥐는 순간마다 표정과 리액션이 달라서, 같은 소품이 장면마다 다른 온도를 만들어냈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단순한 물건 하나가 이렇게 다채로운 감정선을 만들 수 있다는 게 꽤 흥미로웠거든요.

다만 아쉬운 점도 있었습니다. 코믹 범죄 영화에서는 '플롯 디바이스(plot device)', 즉 이야기를 억지로 연결하기 위해 사용되는 장치가 너무 눈에 띄면 몰입이 깨집니다. 제 경우엔 중반 이후 우연이 너무 여러 번 겹치면서 '또 이렇게 만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맥거핀 구조 특성상 어느 정도의 우연은 불가피하지만, 관객이 그 우연을 납득하게 만드는 개연성이 몇 군데에서 약했습니다.

결말에서 민재 어머니의 수술 동의서 덕분에 돈가방의 법적 소유권이 민재에게 귀속된다는 설정은 솔직히 조금 억지스럽게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그게 크게 거슬리지 않았던 건 영화 전체가 처음부터 과장된 현실을 전제로 깔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장르적 약속을 먼저 받아들이고 보면 이런 엔딩도 '통쾌한 마무리'로 읽혔습니다. 실제로 한국 코믹 범죄 영화의 흥행 공식에 관한 분석 자료들을 보면, 관객이 선호하는 결말 중 하나가 '약자의 반전 승리'임을 알 수 있습니다(출처: 영화진흥위원회(KOFIC)).

제 경험상 이런 멀티 캐릭터 코미디는 한 명이라도 중심을 잡아줘야 합니다. 《머니백》에서는 그 역할을 민재가 맡고 있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이경영과 박희순의 존재감이 워낙 커서 누구의 이야기인지 살짝 흐릿해졌습니다. 각각의 캐릭터를 한두 명 덜어내고 이야기를 압축했다면 훨씬 선명한 영화가 됐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요약: 맥거핀 구조와 앙상블 캐스팅은 분명한 강점이지만, 지나친 우연의 연속과 후반부 구심점 부재가 아쉬움으로 남는다.

 

자주 묻는 질문

Q. 머니백은 어떤 장르 영화인가요?

A. 코믹 액션 장르로, 범죄 스릴러보다는 여러 인물이 돈가방 하나 때문에 얽히는 상황극에 가깝습니다. 제가 직접 봐봤는데, 예능 프로그램처럼 웃음이 터지는 장면이 꽤 많아서 무거운 범죄물을 기대하고 가면 분위기가 다르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Q. 이경영이 킬러 역할을 맡았다고 하던데 코미디 연기도 잘 어울리나요?

A. 제 생각에 이경영 배우가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날카로운 눈빛을 유지하면서도 상황이 꼬일 때마다 허탈하게 무너지는 표정 연기가 절묘했거든요. 묵직한 이미지와 코미디 사이의 낙차가 오히려 웃음 포인트가 됐습니다.

 

Q. 스토리가 복잡해서 따라가기 어렵지 않나요?

A. 초반에 등장인물이 한꺼번에 쏟아지는 편이라 누가 누구와 연결되는지 잠깐 헷갈릴 수 있습니다. 제 경우엔 30분쯤 지나 인물들이 한자리에 모이기 시작하면서 관계도가 정리됐습니다. 그냥 가볍게 흐름을 따라가는 마음으로 보면 크게 어렵지는 않습니다.

 

Q. 긴장감 있는 범죄 영화를 좋아하는 편인데 머니백도 재미있을까요?

A. 솔직히 말씀드리면 긴장감보다는 웃음에 더 무게중심이 쏠려 있습니다. 《범죄도시》 같은 하드보일드 범죄물과는 결이 다릅니다. 대신 《극한직업》처럼 어이없는 상황의 연속에서 웃음을 찾는 스타일이라면 충분히 즐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결론

《머니백》을 다 보고 나서 제 머릿속에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배우들은 정말 아깝지 않게 썼는데, 이야기가 조금만 더 정리됐으면"이었습니다. 앙상블 캐스팅과 맥거핀 구조는 분명히 효과적이었지만, 인물이 많다는 장점이 후반부에서는 서사의 구심점을 흐리는 단점으로 뒤집혔습니다.

그래도 제가 이 영화를 후회하지 않는 이유는 하나입니다. 아무 생각 없이 틀었다가 자연스럽게 끝까지 보게 됐거든요. 탄탄한 범죄 스릴러를 기대한다면 아쉬울 수 있지만, 배우들의 조합을 보는 재미와 돈가방이 어디까지 돌아다닐지 궁금한 마음으로 본다면 충분히 가볍고 유쾌한 시간이 될 것 같습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ObQQD7UYgf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