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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란 감독 신작이라는 말에 개봉 전부터 기대를 잔뜩 쌓아두고 극장에 갔습니다. 제작비 약 3,500억 원, 영화 역사상 최초로 전편을 아이맥스(IMAX) 필름 카메라로 촬영한 작품. 숫자만 봐도 범상치 않다는 건 알았는데, 막상 보고 나서는 기대와 실제 사이의 온도 차를 꽤 선명하게 느꼈습니다. 그 경험을 그대로 적어봤습니다.



그리스 신화를 모르고 봤다면 꽤 당황했을 겁니다

영화관에 들어가기 전, 일반적으로 놀란 감독 영화는 사전 정보 없이 봐도 충분히 따라갈 수 있다고들 합니다. 제 경험상 이번 《오디세이》는 조금 달랐습니다. 오디세우스, 페넬로페, 텔레마코스가 서로 다른 시공간에서 동시에 이야기를 이어가는 구조라, 호메로스의 서사시 《오디세이아》를 기반으로 한 배경 지식이 없으면 인물 관계가 한 박자 늦게 읽혔습니다.

원작인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는 기원전 8세기 무렵 호메로스가 남긴 서사시로, 서양 문학의 출발점으로 불리는 작품들입니다(출처: Encyclopædia Britannica). 《일리아스》가 트로이 전쟁의 마지막 해를 그린다면, 《오디세이아》는 전쟁이 끝난 뒤 오디세우스가 고향 이타카로 돌아가는 10년의 항해를 담습니다. 전쟁 10년, 귀환 10년. 도합 20년의 이야기가 이 영화의 뼈대입니다.

영화에서 가장 긴장감 있게 보여주는 장면 중 하나가 키클롭스 폴리페모스와의 대결입니다. 여기서 오디세우스가 꺼내 드는 건 힘이 아니라 언어입니다. 자신의 이름을 '우티스(Outis)'라고 속이는데, 고대 그리스어로 '아무도 아니다'라는 뜻입니다. 폴리페모스가 "아무도 나를 공격하지 않는다"고 외치자 다른 키클롭스들이 그냥 지나쳤고, 오디세우스는 그 틈을 타 탈출합니다. 이 장면이 스크린에서 펼쳐질 때는 제가 직접 그 동굴 안에 있는 것처럼 숨이 조여드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 직후입니다. 탈출 성공에 취한 오디세우스가 폴리페모스를 향해 자기 진짜 이름을 외칩니다. 결국 폴리페모스의 아버지인 바다의 신 포세이돈이 오디세우스에게 저주를 내리고, 이것이 이후 모든 고난의 씨앗이 됩니다. 영웅의 치명적 결함을 '오만(휘브리스, Hybris)'이라고 부르는데, 여기서 휘브리스란 신에 대한 지나친 자만이나 오만을 뜻하는 그리스 개념으로, 비극을 촉발하는 핵심 요소입니다. 오디세우스의 이 한 마디가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균열로 작동한다는 걸 극장에서 직접 보고 나서야 실감했습니다.

  • 트로이 전쟁은 '틴다레오스의 맹세'에서 비롯된 집단 서약이 발동된 결과로, 오디세우스는 참전을 피하려다 결국 끌려 들어갑니다.
  • 귀환 여정에서 만나는 세이렌, 스킬라와 카리브디스, 키르케 등은 각각 유혹, 진퇴양난, 변질을 상징하는 서사 장치로 읽힙니다.
  • 크세니아(Xenia)는 고대 그리스의 손님 접대 의무로, 오디세우스가 폴리페모스의 동굴에 들어간 명분이자 배신당한 지점이기도 합니다.
  • 영화는 이타카에서의 페넬로페와 텔레마코스 이야기도 병행해, 원작의 세 갈래 구조를 충실히 반영합니다.
요약: 《오디세이》는 그리스 신화 배경 지식이 있을수록 훨씬 깊이 읽히는 영화로, 오디세우스의 지략과 오만이 동시에 서사를 이끄는 핵심 축입니다.

 

IMAX로 봐야 한다는 말, 반은 맞고 반은 아쉬웠습니다

일반적으로 놀란 감독 영화는 IMAX로 봐야 제맛이라는 말이 돌아다닙니다. 이번 작품은 특히 그 명분이 확실합니다. 영화 역사상 처음으로 전 장면을 아이맥스 필름 카메라로 촬영했고, 210만 피트, 약 640킬로미터 분량의 필름이 소모됐습니다. 제가 직접 IMAX 관에서 봤는데, 바다 위 폭풍 장면이나 거인족 라이스트리곤의 공격 시퀀스는 정말 화면 전체가 눌러오는 것 같은 압박감이 있었습니다. 그 부분만큼은 "이건 큰 화면이 아니면 손해다"라는 말이 맞았습니다.

다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러닝타임이 거의 3시간인데, 영상의 밀도가 고르지 않았습니다. 어떤 장면은 너무 빠르게 지나가고, 반대로 오디세우스와 칼립소가 오기기아 섬에 머무는 7년의 시간을 담은 구간은 대화가 길게 늘어지며 몰입이 한 번 끊기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칼립소는 오디세우스에게 불멸의 삶을 제안하지만 그는 거절하는데, 이 선택의 무게가 화면에서 충분히 전달됐느냐고 하면 저는 조금 부족했다고 느꼈습니다.

맷 데이먼이 연기한 오디세우스는 제 예상과는 조금 다른 방향이었습니다. 강하고 영리한 영웅이라기보다, 20년 가까이 바다를 떠돌며 조금씩 닳아가는 사람에 가까웠습니다. 그리스 신화 용어로는 노스토스(Nostos)라고 하는데, 이는 전쟁에서 돌아오는 귀향을 의미하며 단순한 이동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잃지 않고 돌아가는 과정 전체를 뜻합니다. 맷 데이먼은 그 피로감을 눈빛에 담아냈고, 저는 그게 오히려 현실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아테나 역의 젠데이아와 페넬로페 역 앤 해서웨이는 각자 맡은 인물을 잘 살렸지만, 두 인물 모두 깊게 파고들 시간을 충분히 받지 못한 느낌이었습니다. 페넬로페가 낮에는 짜고 밤에는 푸는 수의로 3년간 재혼을 버텨낸 이야기, 텔레마코스가 아버지를 찾아 떠나는 여정, 이 두 축이 영화에서 더 비중 있게 다뤄졌다면 감정적인 무게가 훨씬 달랐을 것 같습니다. 영화 전체의 주제가 '왜 인간은 집으로 돌아가려 하는가'라는 점에서, 집을 지키는 쪽의 이야기가 조금 더 필요했습니다(출처: IMDb - Odyssey (2026)).

개봉 첫 주말 전 세계 흥행 수익은 약 2억 6,410만 달러로, 놀란 감독 작품으로서는 강력한 출발을 알렸습니다. 제작비 2억 5천만 달러를 이미 첫 주에 거의 회수한 셈입니다. 숫자는 나무랄 데 없는데, 개인적으로는 보고 나온 뒤 오래 마음에 남는 감정이 기대만큼 크지 않았다는 게 솔직한 후기입니다.

요약: IMAX 영상미는 압도적이었지만, 긴 러닝타임에 비해 감정선이 고르지 않았고 조연 인물들의 서사가 아쉽게 소비된 느낌이 남았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그리스 신화를 모르면 영화 이해가 어렵나요?

A. 제 경험상 완전히 모르면 인물 관계를 따라가는 데 한 박자씩 지체됩니다. 오디세우스, 페넬로페, 텔레마코스 세 인물의 관계와 트로이 전쟁의 맥락 정도만 미리 파악해 두면 훨씬 수월하게 볼 수 있습니다. 특히 포세이돈이 오디세우스를 왜 미워하는지를 알고 가면 귀환 여정의 시련이 더 입체적으로 읽힙니다.

 

Q. 꼭 IMAX로 봐야 하나요?

A. 일반적으로 놀란 감독 영화는 IMAX 필수라는 인식이 있는데, 이번 작품은 그 말이 특히 맞습니다. 영화 전편을 아이맥스 필름 카메라로 촬영한 최초의 작품이라, 바다 장면이나 전쟁 시퀀스의 스케일은 일반 스크린과 체감이 다릅니다. 다만 러닝타임이 길어 중반부 대화 장면에서 다소 지칠 수 있다는 점은 미리 감안하는 편이 좋습니다.

 

Q. 맷 데이먼의 오디세우스 연기는 어떤가요?

A. 강인한 영웅의 이미지보다는 오랜 항해에 지친 인간의 모습에 가까웠습니다. 제가 직접 보고 느낀 건, 그 피로감이 오히려 오디세우스라는 인물을 더 현실적으로 만들어줬다는 점입니다. 단순히 '신화 속 영웅'이 아니라 집에 돌아가고 싶은 한 사람으로 읽히게 하는 연기였습니다.

 

Q. 영화 《오디세이》의 제작비와 흥행 성적은 어떻게 되나요?

A. 제작비는 약 2억 5천만 달러(한화 약 3,500억 원)로 놀란 감독 작품 중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개봉 첫 주말 미국·캐나다에서만 약 1억 2,450만 달러, 전 세계에서 약 2억 6,410만 달러를 벌어들이며 흥행 출발은 성공적이었습니다.

 

결론

《오디세이》는 분명 극장에서 한 번쯤 경험해볼 가치가 있는 영화입니다. 640킬로미터 분량의 필름으로 담아낸 영상의 무게는 스크린에서만 느낄 수 있는 것이었고, 그 점만큼은 기대를 충족했습니다.

다만 제 경우엔, 보고 나서 오래 마음에 남는 감정보다 '이런 장면이 있었지'라는 기억이 먼저 떠오릅니다. 스케일과 이야기의 깊이가 끝까지 같은 속도로 달려주지 못했던 게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그래도 오디세우스가 불멸을 거부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선택, 그 장면만큼은 한참 뒤에도 생각날 것 같습니다.

원작 서사시에 대한 배경 지식을 먼저 챙기고 가시는 걸 권합니다. 영화를 더 풍부하게 읽을 수 있습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eLe1VI-SM7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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